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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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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칼럼] 하남시와 공무원 참사, 그리고 …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09 20:16
김상호 전 하남시장

▲김상호 전 하남시장

오는 9월15일이면 하남시 공직자였던 고(故) 이상훈 팀장이 작고한 지 1주기가 됩니다. 미사2동 행정민원팀 업무총괄 및 단체관리를 맡아온 이상훈 팀장은 업무와 관련해 특정단체와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고, 유족 측은 관련자를 상대로 위계(속임수, 착각, 오인 등 유발)-강요-협박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했습니다.


하남시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은 고 이상훈 팀장이 민원해결 과정에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란 관련자 진술을 공개했고, 고인 사망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은 우울증이 아닌 외부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하남경찰서는 아직도 사고 조사를 완료하지 않았습니다. 정부 인사혁신처 역시 순직 심의 절차를 보류 중입니다. 공무원재해보상법상 고 이상훈 팀장 재해가 공무과정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루속히 진실이 밝혀지고 고인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기를 진정 바랍니다.


고인은 슬하에 두 자녀를 둔 성실하고 능력 있는 부부공무원이었습니다. 함께 일했던 하남시 공직자들은 고인에 대한 신뢰가 깊었습니다. 이제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으로 내려가 공직을 이어가고 있는 고인의 부인과 자녀들의 회복과 치유, 그리고 행복을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최근 공직자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유난히 자주 접하게 됩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양주-남양주-의정부시 공무원 3명이 잇달아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이들은 과중한 업무나 항의성 집단민원으로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인들 명복을 빕니다.




지방자치제 시행과 함께 시민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지자체 행정은 시민요구에 더 민감하고 능동적인 부응이 요구됩니다. 적극행정이 필요합니다. 분명 공직사회는 시민을 위해 업무처리 자세나 방식에 개선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공직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불가능한 무한봉사를 원하는 일부 시민의 과도한 요구나 행동은 문제입니다. 이는 공무원 참사를 앞으로도 부추길 겁니다. 여기에 무책임한 약속을 남발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공직의 정도를 비트는 일부 정치인 태도 역시 참사의 도화선입니다. 공직자를 사지로 내몬 안타까운 사태 뒤에는 일부 시민의 비뚤어진 이기주의, 무책임하고 강압적인 정치인, 그리고 공직사회 경직성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이제는 흔하고 낡아져버린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단어를 다시금 생각합니다. 거버넌스는 '협치(協治)'라고 번역합니다. 어느 한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시민, 공직자, 정치인이 함께 공공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도시 거버넌스입니다.


이런 문제해결 방식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공무원 참사와 같은 비극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지방자치에서 올바른 협치의 길은 아직 멀고 험합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라도 이 길은 포기할 수 없는 길입니다.


6월22일에도 하남시 기간제공직자 한 분이 근무 중 갑자기 쓰러진 후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단 하남시의 규정위반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 이후 뚝방길에 CCTV가 설치되고, 안전사고 대비를 위한 2인1조 근무로 바뀌었습니다. 하남시 거리를 가꾸기 위해 애쓰셨던 고인의 영면을 빕니다.


이번 사망사건도 원인이 무엇이든 공직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 안전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우리 주변을 다시 한 번 촘촘히 점검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줍니다. 민관 협치를 통한 지속가능한 안전도시 구현과, 돌아가신 분들의 영면을 함께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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