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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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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방폐장, 6.5 지진에도 ‘안전’…내부 방사선은 일상 노출보다 낮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8 11:37

국내 유일 경주 중저준위 방사선 폐기물 처분장…‘K방폐장’ 안전성 입증

지하 80~130m 동굴 처리 후 300년 관리…방폐물 드럼 10만개 처분 가능

원전 운영 상위 10개국 중 고준위 부지선정 착수조차 못한 국가는 한국 뿐

“현재 원전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상태…고준위특별법 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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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중저준위방폐장 동굴처분시설 사일로 내부. 사진=원자력환경공단

지난 26일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동해안로. 감포 앞바다에 위치한 국내 유일 중저준위 방사선폐기물처분장(방폐장)에 방문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가 운영하고 있는 경주 방폐장은 원자력발전소 내 작업자들이 사용했던 작업복, 장갑, 기기 교체 부품 등 비교적 방사능 농도가 낮은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분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고준위방폐물(사용후핵연료)은 여전히 원전 내에서 임시 저장돼 영구저장시설을 짓기 위해 고준위 특별법 제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상위 10개국 중 실질적으로 부지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뿐인 상황이다.


해수면 이하 80~130m 아래에 있는 1단계 동굴처분시설에 가기 위해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려 입구에서 방사선량계가 들어있는 방호복과 안전모, 면장갑, 양말을 착용하고 시설 내부로 들어섰다. 높이는 50m, 내부 직경 23.6m 크기의 원통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른바 사일로(Silo)라고 불리는 이 시설은 총 6개로, 200ℓ 드럼통 기준 10만 드럼을 수용할 수 있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 3만4891드럼을 인수했고, 2만9866드럼을 처분했다. 사일로 내부가 다 채워지면 빈 곳과 상부는 쇄석으로 채운뒤 시멘트로 영구 봉쇄해 방사선 누출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300년간 제도적 관리 기간을 가진다.




실제 동굴을 나온 후 방사선 선량계수치를 확인해보니, 0밀리시버트(mSv)로 방사선 누출이 전혀 없었다. 방사능 측정기에 올라 수치도 확인해 안전 검사를 한 후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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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2024년 12월에 완공 예정인 표층처분시설. 사진=윤수현 기자

동굴처분시설을 나온 뒤 2단계 표층처분시설로 이동했다. 표층처분시설은 2016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올해 12월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표층처분방식은 약 30m 이내 깊이에 천연방벽 및 공학적 방벽을 만들고 그 속에 방폐물을 처분하는 방식이다. 처분고는 20개, 지하점검로, 이동형 크레인(2조), 통제건물 등으로 구성됐고, 규모 7.0 지진에도 안전한 처분시설이다.


지혁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팀장은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장이 동굴, 표층 처분 시설 두 가지 모두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단계가 동굴, 2단계가 표층, 3단계가 매립형 처분 시설로 3단계는 현재 설계 중에 있다"며 “방사선량에 따라 방폐물을 종류가 달라 극저준위방폐물은 2단계인 표층처분시설로 옮겨져 처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저준위 물질의 반감기는 30년 정도로 잡고 있지만, 법상으로는 300년으로 돼 있기 때문에 (표층처분시설도) 300년으로 잡으려고 추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 팀장은 “우리나라처럼 규제가 철저하고 안전을 강조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경주 방폐장은 프랑스를 비롯해 방폐장을 운영하고 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저준위 방폐장은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고준위방폐장 시설은 아직까지 없어 월성원자력 부지 내에 건식 저장시설에 임시 저장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는 이마저도 한계에 도달해 원전 부지에서 임시로 사용하는 저장시설 마저도 당장 6년 뒤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차고 넘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빛원전이 2030년,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2032년, 월성원전 2037년 등 고준위방폐물 저장시설 등이 포화 시점에 닥쳤다.


영구처분시설은 이전에 중간저장을 할 수 있는 시설부터 지어야 하지만 21대 국회가 끝나가는 현재 시점에도 법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원전 확대 입장인 여당은 '원자로 운영 허가 기간의 발생 예측량'으로 하자고 주장한 반면 탈원전 기조인 야당은 '설계 수명 중 발생 예측량'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최근 여야는 고준위 방폐장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해 21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인 5월에 처리하기 위해 절충안을 모색 중에 있다.


원자력공단은 “고준위특별법이 폐기되면,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에 따른 원전 정지가 우려되고, 과거 9차례의 방폐정 부지선정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원전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영구화 우려에 따른 원전지역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면서 “부담 전가에 따른 미래세대로의 책임 전가도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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