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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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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와 부동산시장] ①“집 살 사람이 없다”…겪어 보지 못한 사회가 온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10 11:07

출산율 역대 최저·고령자 비중 역대 최고…각 분야 심각한 문제 예상

전문가 “일본보다 나은 대책 고려해야…현실적 대책은 거점도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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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휑한 모습의 한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 전경. 연합뉴스

급격한 출생률 저하로 인해 대한민국 인구의 지속적 감소가 예상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향후 부동산시장 대내외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 급격하게 줄어드는 대한민국 인구와 경제구조 변화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은 0.65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0.72명이었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올해 0.68명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인구 관련 향후 전망 또한 암울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합계출산율(중위가정)은 2025년 0.65명까지 감소한 후 다시 상승해 2050년에는 1.08명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저위가정에서의 2050년 합계출산율은 0.82명으로 현재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불가피해졌다. 이날 중위가정 기준 약 5175만명인 우리나라 인구는 2040년 5006만명, 2072년에는 3622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저위가정 기준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연평균 19만명 내외로 감소해 2033년에는 4981만명, 2072년에는 3017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인구 변화는 경제활동인구인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감소로 이어질 예정이다. 2022년 3674만명이었던 생산가능인구는 2072년에는 1658만명으로 절반 이상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해 2050년 우리나라 GDP가 2022년 대비 28.4%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22년 11월 인구 감소 때문에 2050년부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0.7%로 떨어지며 이후에는 마이너스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망이 정부 대책, 인력 조달, 신기술 등을 통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만약 정부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향후 GDP가 대폭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도 “여성 경제 활동률 상향, 정년을 연장 통한 노인 인력 동원, 외국인 인력 유입, 인공지능(AI) 등 기술 이용한 생산성 상향 등을 통해 간극을 매워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인구감소와 사회 변화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이로 인해 예상되는 인구 감소는 벌써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출산율이 감소하자 산부인과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인구 141만명의 광주광역시에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 병·의원은 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저출산 여파로 광주광역시 산부인과 수는 10년 사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인구 110만명의 울산광역시 또한 6곳의 분만 가능 병원이 유지되고 있다. 분만실 운영을 포기한 다수의 병원은 피부 미용 및 성형 등 수요가 많은 분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 또한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36만9441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30만명대로 떨어졌다. 전국 초등학생 수는 2003년 417만5000명에서 2023년 260만3000명으로 20년 만에 무려 38% 감소했다. 학생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최근 3년간 전국 초등학교 58곳이 통폐합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같은 문제를 겪었던 일본의 경우 초등학교와 인근 중학교를 통합하는 정책을 통해 재학생이 증가했고, 현재 이러한 통합학교는 200 여 개까지 증가하게 됐다. 우리나라 일부 지방 도시 또한 유학생 유치, 국제직업고 설립 등을 통해 학생 수 증가를 꾀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올해 직업계고 8곳에 유학생 48명을 유치했으며, 전남교육청은 오는 2026년 강진군에 '전남국제직업고'를 설립하고 외국인 27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부산교육청은 2028년 'K팝 특성화고'를 세우고 일부 정원을 유학생으로 채우기로 했다.


가장 심각한 것으로 평가받는 것은 초고령화다.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 65세 인구 비율은 18.7%로 집계됐으며, 내년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라도 보성군 등 일부 지방 지역의 경우 고령자 비중이 40%를 넘어가며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은 2072년 고령자 인구가 전체 47.6%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부동산시장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수도권으로 더 많은 젊은 사람들이 몰리며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수도권·주변 도시·지방간의 집값 양극화가 극심화되며 자산가치 하락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장 먼저 나오고 있다. 지방 예산부족으로 인해 공공시설 등을 고치지 못해 인프라가 낙후될 것이고 수요자 부족으로 인해 재건축 사업이 불가능해진다. 빈집 또한 증가해 슬럼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극단적인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2006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일본의 빈집 수는 현재 800만 가구이며 오는 2040년에는 1500만~2000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 정부 및 기업들은 빈집을 사들여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등의 각종 대책을 펼치고 있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소멸 및 초고령화로 사회 전체적으로 혈액 부족으로 인한 의료 문제, 지방소멸 및 양극화, 인력 부족, 슬럼화, 지역간 사회적·문화적·교육적 격차 심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불평등으로 인한 갈등이 커진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빨라 30년 후면 고령자 비중이 40%를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일본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해결책은 거점도시 개발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한 구조나 역할분담은 차차 논의해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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