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30일(화)
에너지경제 포토

이현주

zoo1004@ekn.kr

이현주기자 기사모음




“도시 재건축, ‘투자’ 아닌 ‘주거환경개선’이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20 15:28

[기획] 공짜 재건축은 없다(하)
기존 재건축·재개발 한계 드러내
친환경, 효율 높은 리모델링 대안 떠올라
단독, 빌라 등 저층 비아파트 정비도 본격화될 듯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아파트 리모델링이 신규 주택 공급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아파트 리모델링이 신규 주택 공급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사베이

재건축으로 새 집을 공짜로 얻던 시대는 지났다. 최근 서울 강남 지역에선 5억원 안팎의 분담금을 내어야 시공사를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안전 진단 폐지 등 재건축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건축' 시장의 황금기는 이미 끝나가고 있다. 사업성이 좋은 저층 주거지들의 재개발은 끝물에 다다랐고, 공사비 폭등에도 발목 잡혔다. 우리나라 재건축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 미래를 살펴본다.


재건축·재개발은 기본적으로 도시 주거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예 다 부수고 새로 아파트를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등을 통해 깨끗한 주거 시설과 인프라를 공급해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건축·재개발은 현재까지도 이런 본래의 목적 보다는 '공짜 새 아파트'를 얻거나 '로또 분양'을 통해 커다란 이익을 기존 소유주들이 얻는 일종의 투자 심지어 투기 성격까지 띄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나 공사비 급등, 도시 과밀화·중층 아파트의 노후화 등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환경이 급변하면서 미래의 도시정비사업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우선 재건축의 경우 윤석열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꿈틀대고 있지만 화려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사업성 등 내실이 갖춰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선 준공 30년을 지난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대거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1980년 이후 건축된 아파트들은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아 재건축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기 신도시의 경우 평균 용적률이 △일산 169% △분당 184%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 등으로 일산과 분당을 제외한 지역들은 200%가 넘는다.


정부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지정하며 안전진단 면제와 통합심의를 통한 사업기간 단축, 용도지역 변경과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 부여, 체계적 이주대책 등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에선 그럼에도 재건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업성이 높은 서울 지역 내 노후 주택 지구이 먼저 개발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공사비 폭증, 중층 이상의 아파트들이 집중돼 있는 것도 재건축의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도 재건축 단지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2월에 팔린 30년 초과 재건축 연령이 된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는 작년 11∼12월 매매가보다 높게 팔린 상승 거래가 33.8%에 그쳤다.


도시주거환경 개선의 또 다른 방식인 리모델링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철거하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뼈대)를 유지한 채 완전히 뜯어 고치고 별동을 증축하는 방식을 말한다. 서울을 비롯한 1기 신도시 대부분이 고용적률 아파트로 구성돼 있어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이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내 공동주택 4217개 단지 중 3096개 단지는 리모델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으로 나타났다. 준공 이후 15~20년이 지난 아파트면 사업추진이 가능해 재정비 속도가 빠르다. 철거·시공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재건축 대비 48% 줄일 수 있다. 난방에너지 소모량도 약 65~70% 감소한다.




다만 정비업계는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사업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리모델링의 대못 규제로 꼽히고 있는 수직증축 및 내력벽철거 등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동훈 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 위원장은 “리모델링 사업장들이 고전을 겪고 있다. 빠른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직증축 리모델링과 내력벽 철거와 관련해 입법이 되어 있는 상태지만 21대 국회에선 사실상 통과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관련 하위 규정들은 시행령으로 완화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도심에 점점이 흩뿌려져 있는 단독, 다세대·빌라·연립 등의 노후 비아파트들에 대한 주거환경개선 사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재건축이 어려운 소규모 단독·연립주택 등 노후 저층 주거지에서 소규모 정비사업을 할 때 주차장, 관리사무소, 운동시설 등 아파트 수준의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뉴빌리지' 사업을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에서 단독 10세대·다가구 20세대 미만 주민들이 모여 소규모 정비사업(자율주택정비사업)을 하면 정부가 150억원 내외의 기반시설·편의시설 설치비를 지원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노후지역을 아파트로 치환할 수는 없으니, 노후도심 개선에 필요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