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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아바이오 CI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카나리아바이오의 주가가 급락 중이다. 주요 모멘텀이던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의 약효가 확인되지 않아 임상시험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자 매도 주문이 몰리고 있다.
카나리아바이오의 주요 무형 자산인 오레고보맙은 지난해 이 회사를 둘러싼 주가조작 세력이 허위로 가치를 부풀린 것으로 알려진 약물이다. 그동안 회사 측은 "약은 진짜"라며 대응했지만 이번 임상 권고가 받아들여질 경우 장부상 1400억원에 달하는 가치의 오레고보맙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해야 할 상황이다.
◇"오레고보맙, 약효 확인 안된다" 날벼락
18일 한국거래소 확인 결과 카나리아바이오는 이틀째 연속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16일 종가 5050원이던 카나리아바이오는 18일에는 2480원을 기록 중이다. 2거래일 만에 손실률이 50%가 넘는다.
카나리아바이오의 급락 원인은 회사가 개발 중이던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의 약효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17일 개장 전 카나리아바이오는 일부 언론에 "지난 16일 DSMB(Data Safety Monitoring Board)가 신규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오레고보맙 글로벌 임상3상의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 지속을 위한 P 밸류를 달성하지 못해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DSMB란 임상 시헙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제약사와 독립해 운영하는 위원회다. 권고에 따라 임상시험을 중단할지 여부는 회사의 결정이지만, FDA 등에 신약을 허가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DSMB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제약사는 DSMB의 권고를 이행한다.
◇"약은 진짜"라던 나한익 대표…결국 ‘허언’
오레고보맙의 임상 중단 권고가 치명적인 이유는 카나리아바이오의 주가 모멘텀의 대부분이 바로 오레고보맙이기 때문이다.
과거 현대사료라는 이름으로 거래되던 카나리아바이오는 지난 2022년 4월 K-OTC 등록업체 카나리아바이오엠을 최대주주로 맞이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오레고보맙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인수 전 주가는 1000원대에 머물렀지만 이후 1만7000원을 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카나리아바이오 측은 오레고보맙의 임상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주주들과 소통하며 전했다. 나한익 카나리아바이오 대표는 비공개 간담회 등을 수시로 진행하며 일부 주주들을 회사로 불러 진행 중인 임상 내용을 공개하고 지지를 부탁해왔다.
이 과정에서 카나리아바이오 인수·합병을 주도한 주가조작 세력이 구속 기소되면서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나 대표는 "약은 진짜"라며 주주들을 설득해 주가를 부양했다.
하지만 결국 이번 임상 중단 권고로 나 대표의 공언은 허언이 됐다.
◇검찰 "세력이 부풀렸던 바이오사업"…진작에 경고
사실 오레고보맙의 큰 가치를 지니지 못하리라는 분석은 지난해부터 제기됐던 사실이다. 바로 검찰에 의해서다.
지난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카나리아바이오의 주가 조작을 주도한 이준민 씨 등을 구속하면서 "바이오사업(오레고보맙)은 선량한 일반투자자들을 기망하기 위해 외적으로 구색만 맞출 뿐, 인적·물적 인프라 등 능력과 의사는 전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세력은 오레고보맙의 가치를 부풀려 회사의 재무제표에 반영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주범 이준민은 일반투자자들을 낚기 위하여 인적관계가 있는 다수의 공인회계사들과 결탁하고 회계법인까지 동원하여 바이오자산의 실체가 엄청난 가치와 성공가능성이 있는 것인양 가치평가보고서를 조작해 허위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일에 관여된 이 씨와 회계사 등은 현재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오레고보맙 가치 없어지면 회사는 완전자본잠식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임상 중단 권고에 따라 오레고보맙의 무형자산 가치평가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나리아바이오의 자산 규모는 오레고보맙의 가치 평가가 좌우했다. 지난해 2021년 상반기 8억원대에 불과했던 카나리아바이오의 무형자산 규모는 그해 말 4055억원으로 증가했다. 합병으로 오레고보맙의 가치를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한 덕분이다. 회사의 전체 자산 규모 이 기간 937억원에서 5232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마나 이 숫자는 곧바로 정정된다. 2022년 감사보고서에서 오레고보맙에 대한 2820억원 규모의 손상차손이 반영되면서 카나리아바이오의 무형자산 규모는 145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지난 2년간 이 숫자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3분기 기준 분기보고서 상 카나리아바이오의 무형자산 규모는 1593억원으로 대부분이 오레고보맙에 대한 가치다.
하지만 임상 중단 권고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임상을 진행하지 못하면 상품화가 어렵다. 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자산은 손상차손을 진행해 가치를 낮춰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임상 중단 권고가 보고서에 반영될 경우 카나리아바이오의 무형자산 대부분이 가치를 인정받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1500억원 규모의 손상차손만 반영해도 단순 계산해 지난해 3분기 2600억원 규모던 카나리아바이오의 이익결손금 규모가 4200억원까지 늘어난다. 그렇다면 3분기 기준 481억원 수준이던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바뀐다. 완전자본잠식 상황이 된다는 얘기다.
한편 회사의 현재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자 카나리아바이오와 나한익 대표 측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