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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홀딩스, 정몽원 두 딸 지분 확대…3%룰 방어 노리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10 15:43

12월부터 거의 매일 매수…지분율 0.01%→0.53%



증권가 "주주환원 강화하며 3%룰도 대비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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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홀딩스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최근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HL홀딩스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10년만에 HL홀딩스 지분의 추가 매수에 나섰다. HL홀딩스는 그동안 VIP자산운용이 꾸준하게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하던 곳이다. 지난해 자사주의 매입과 소각, 배당확대 등의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 정몽원 회장 두 딸 지분율 크게 늘어…0.01%에서 0.5%대로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HL홀딩스는 지난 9일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를 공시하며 정 회장 일가의 지분이 늘었다고 알렸다.

먼저 정 회장의 장녀인 정지연 씨가 HL홀딩스 주식을 기존 845주에서 5만4379주로 늘렸다. 지분율은 0.01%에서 0.53%로 증가했다.

이어 정 회장의 차녀 정지수 씨가 HL홀딩스 주식을 기존 1672주에서 5만4661주로 늘렸다. 지분율도 0.02%에서 0.54%로 늘었다.

두 사람 모두 지난 해 12월 5일부터 지난 3일까지로 거의 모든 매매가능일에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매입했다. 사들인 주식 수도 정지연 씨 5만3534주, 정지수 씨 5만2989주로 단 545주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두 사람이 HL홀딩스의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은 10년 만이다.

그동안 두 사람은 HL그룹의 경영 승계와는 거리를 준 행보를 보여왔다. 장녀 정지연 씨의 경우 지난 2012년 이윤행 HL만도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과 결혼한 뒤 퇴사했다. 이 사장은 이재성 전 HD현대중공업 회장의 아들로, 일각에서는 HL그룹이 사위승계를 택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차녀는 지난해 박지연 전 MBC 아나운서의 아들 강인찬 씨와 결혼했다. 현재는 HL그룹의 북미법인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VIP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맞서 각자 지분율 3% 까지 확대할 듯


두 사람이 지분을 늘리기 시작한 것을 두고 최근 HL홀딩스가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는 배경에 행동주의 펀드가 있어 이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L홀딩스는 올해부터 3년간 총 2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고, 최소 주당 2000원을 배당할 계획이다.

이는 VIP자산운용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VIP자산운용은 약 10년간 HL홀딩스 주식을 보유하며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에 맞춰 주주환원 정책도 확대하지만 만약 경영권을 위협받을 것을 대비해 오너일가의 지분율을 늘려둔다는 얘기다.

정기주총 전 주주명부 폐쇄를 앞두고 빠르게 지분율을 늘리다보니 주총을 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두 사람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 시작한 뒤 거의 매일 시장에서 매수 주문을 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소한 3%까지 지분을 매입하리라고 보고 있다. 바로 3%룰 때문이다. 상법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의 회사는 ‘사외이사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합산 3%룰’을 적용해 의결권이 제한되고,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개별 3%룰’이 적용된다. 개별 3%룰 적용을 대비해 두 딸의 의결권을 최대한 높여둔다는 얘기다.

현재 HL홀딩스의 3%이상 주주로는 정몽원 회장(25.03%)과 KCC(4.25%), 국민연금공단(5.37%), 베어링자산운용(6.59%), VIP자산운용(9.02%) 등이 확인된다. 만약 개별 3%룰을 적용하면서 이들이 나누어 표대결을 펼칠 상황이 되면 정 회장 측 의결권은 6%, 그외 VIP자산운용 등 기관의 의결권은 9%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의 요구에 따라 주주환원도 강화하면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율도 늘리는 양동작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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