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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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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폭격, 이란 폭탄 테러…중동 확전기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04 14:44
IRAN-BLAST/SOLEIMANI

▲3일(현지시간) 이란 폭탄테러 현장(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석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군사 영웅 추모식에서 의문이 폭발 사고마저 발생하자 중동지역에서의 확전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이번 사고가 외부세력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고 그 배후에 대해 이스라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란이 가자지구 전쟁에 직접 개입할 명분과 가능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서방에서는 공격 특성을 볼 때 이란 내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AF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이란 케르만주 케르만시에서 발생한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란 정부는 공격 주체를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은 채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성명을 통해 배후를 특정하지 않은 채 ‘악의적이고 범죄적인 적들’을 비난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성명에서 "가해자들과 범죄자가 곧 확인돼 그 행동에 따른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구체적 정황은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소행일 것이라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에 가까이 연계된 소식통들은 NYT 인터뷰에서 특정 테러단체가 배후를 자처하더라도 이란 군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에 공식적으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WSJ은 이스라엘이 동맹국들에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작전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작전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그간 이스라엘 공격과 패턴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란에서 발생한 테러는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 참여하는 이들을 무더기로 노렸다.

이란 관영매체에 따르면 가방에 담겨 길가에 설치된 폭발물 2개가 원격조종으로 잇따라 터지면서 추모행렬에 중 최소 95명이 숨지고 211명이 다쳤다. 애초 사망자는 103명으로 발표됐다가 조정됐다.

이스라엘은 이런 무차별 공격보다는 이란 군부나 핵 프로그램과 연계된 개인을 더 정밀하게 타격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해왔다.

미국 정부는 이란에서 발생한 이번 폭발에 자국이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이 배후라는 정황도 없다고 주장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솔레이마니 추모식에 폭력 사태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도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부인하는 상황에서 그간 이란 안보를 위협해온 극단주의 무장세력이나 반정부세력도 배후로 의심받는다. 특히 중동 전역에서 테러를 일삼아온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는 과거 시아파 맹주 이란에 수차례 공격을 가했다. IS는 2018년 이란혁명수비대 행진을 겨냥해 자행된 공격 때 배후를 자처한 바 있다.

이란의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작년 9월에도 케르만시에서 IS와 연계된 핵심 공작원을 테러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인 알리 바에즈는 WSJ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가 이슬람 성전주의자나 이란 내 분리주의자의 과거 공격과 성격이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IS가 과거에 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테러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그것이 계속되는 우리의 추정"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이번 폭발 사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중동 내 긴장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발생했다.

공교롭게 하루 전엔 친이란 국가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도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된 무장 드론 공격이 있었다. 이로 인해 하마스 서열 3위 격인 살레흐 알아루리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 등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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