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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추기(사진=로이터/연합) |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미국 S&P500 지수 11개 섹터 중에서 에너지가 두번째로 크게 하락한 업종이라고 보도했다. 엑손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으로 구성된 S&P500 에너지 지수는 672.34로 2023년을 시작했지만 연말엔 640.05로 5% 가량 하락 마감했다. 이 지수는 특히 작년 10월부터 본격 추락했는데 S&P500 지수가 10월 저점에서 반등한 이후 사상 최고치(2022년 1월 3일·4796.56) 근접까지 폭등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필두로 한 OPEC+의 지속적인 감산에도 유가가 지난해 전반적으로 박스권 장세를 보였던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부분은 중동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이날 크게 올랐음에도 월가에서는 비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날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29% 오른 배럴당 72.70달러, 3월물 브렌트유는 3.11% 오른 78.25달러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5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마감했으며, WTI 하루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
그 영향으로 이날 S&P500 지수 11개 섹터 중 에너지가 1.52% 상승을 기록해 가장 크게 오른 업종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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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WTI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
그러나 미즈호증권은 이날 엑손모빌,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포함해 석유·가스 기업 8개에 대한 투자의견을 줄하향했으며 일부 에너지 기업들의 목표주가도 낮췄다. 엑손모빌과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의 경우 목표주가가 각각 133달러→117달러, 72달러→63달러로 하향됐다.
니틴 쿠마르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오르고 내리는 일이 많겠지만 잡음을 배제하고 펀더멘털만 집중한다면 결국 오른 선택을 하게될 것"이라며 글로벌 석유 생산은 올해 시장 공급을 잘 유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는 올해 내내 횡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도 올해 원유시장에 공급이 충분해 유가 상승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 분석업체 베타피(VettaFi)의 스테이시 모리스 에너지 리서치 총괄은 "에너지 업종을 떠바칠 만한 호재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지정학적 위기 등에 따른 국제유가와 에너지 관련주 급등에도 월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신호라고 전했다. 중동의 긴장 고조에 따른 공급차질 우려는 중대한 리스크 요인이지만 늘어나는 원유 생산에 상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주간 원유생산량이 하루 133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브라질, 가이아나 등의 산유량도 대폭 늘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동시에 원유 수요는 불확실하다. 씨티그룹의 앤서니 유엔 에너지 전략 총괄은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선 전기차 대중화가 원유 소비에 구조적인 역풍으로 작용해 수요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 부분에서도 S&P500 에너지 업종의 추가 약세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전략가들은 "S&P500 에너지 지수와 S&P500 지수의 비율을 차트로 그려보면 헤드앤숄더 패턴이 나온다"며 "이는 에너지 관련주들의 추가 약세를 시사하는 기술적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 S&P500 에너지 지수가 시세의 하락장을 예고하는 ‘데스크로스’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데스크로스는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이동평균선을 위에서 아래로 돌파할 때를 가리킨다.
한편,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2023년 4분기 실적은 이달 중순부터 발표될 예정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이 기간 국제유가가 전년 동기보다 더 낮은 수준에 머물렀던 만큼 에너지 업계의 실적이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