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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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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따뜻한 날씨에 천연가스 가격 폭락..."반등 어렵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20 11:52

美 천연가스 가격, 11월부터 30% 가량 급락세

유럽·아시아도 비슷한 추이



10월·11월 기록적 기온으로 천연가스 재고↑

유럽은 계절적 신기록



美 천연가스 생산량 역대급

"2024년 상반기 콘탱고 발생 가능"



천연가스 ETN 투자자 희비

레버리지 ‘울상’ 인버스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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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생산기지 현장.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큰 주목을 받았던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올 겨울에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따뜻한 날씨가 지난달까지 이어지면서 재고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탓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마저 기록적인 생산량을 보이고 있어 향후 가격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물 미국 헨리허브 천연가스 가격은 MMBtu당 2.4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2일엔 6개월만 최저가인 2.31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미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0월 31일 3.58달러로 9개월래 최고수준을 기록했지만 그 이후 급락세를 보이더니 이날까지 가격이 3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고꾸라지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럽 벤치마크인 TTF 천연가스 1월물 가격은 지난 15일엔 메가와트시(MWh)당 33.19유로로 종가 기준 9월 7일(32.75유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연쇄적으로 공격한 여파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8일 장중 최대 37.385유로까지 치솟았지만 다음날인 19일엔 33.495유로를 기록,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난 10월 중순에 54유로로 고점을 찍은 후 이날까지 37% 가량 급락했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지표인 JKM 1월물 평균 가격은 지난 주 MMBtu당 12.7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4개월래 최저치이자 전주 평균가인 15.50달러 대비 18% 급락한 수치이기도 하다. 특히 LNG 주요 소비국인 중국에서 한파가 지난 주 초부터 발생했음에도 천연가스 가격은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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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미국 천연가스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이처럼 미국, 유럽, 아시아 천연가스 가격이 일제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엔 따뜻한 날씨가 지난달까지 지속되면서 주요 수입국들의 사상 최대급 재고 비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천연가스 선물과 옵션 시장에서 겨울 프리미엄이 증발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10월과 11월의 기록적인 기온으로 천연가스 재고를 비축하는 기간이 연장됐다고 전했다. 그 결과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재고는 지난 11월 말 기준 1095 테라와트시(TWh)까지 불어나 계절적 신기록을 경신했고 재고 물량 또한 보유 한계의 95%에 달해 10년간 계절적 평균치인 83%를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에서도 천연가스 재고가 지난 10년간 계절적 평균치 대비 4% 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은 기록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은 하루 1049억 입방피트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11월 천연가스 생산량도 지난해 연평균 대비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앞으로 회복하기엔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EIA는 내년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이 올해보다 1.2%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EIA는 생산량 증가, 높은 재고 등의 이유로 내년 3월까지 천연가스 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 대비 0.6달러 넘게 낮춘 2.80달러로 제시했다.

따뜻한 날씨 또한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로이터는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천연가스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천연가스 약세론에 동참하고 있다. 에너지컨설팅 업체인 FGE의 시아막 아디비는 "계획되지 않은 LNG 공급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유럽의 풍력발전 증가와 기록적인 재고량이 맞물리면서 TTF 가격, 북서유럽 가격, JKM 가격이 하방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재 브로커 업체인 마렉스의 토비 콥슨 에너지 총괄은 "2024년 상반기에 콘탱고가 발생할 잠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가격이 2배로 상승하는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의 경우 지난달에만 약 40% 하락했으며 이달에도 20% 넘게 하락 중이다. 반면 천연가스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의 경우 지난달 51% 급등했고 이달에도 약 23% 가까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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