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경현

pearl@ekn.kr

박경현기자 기사모음




카드사, 금리인하수용률 높였다지만…실효성은 '글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05 15:43

상반기 카드사 8곳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평균 60.7%…전년比 20.4%P 상승



실제 감면액은 1억원대 수두룩…59.01% 수용률 우리카드는 5500만원



"카드론·리볼빙 등 상품 금리 20%대 육박…실효성엔 의문"

마그네틱카드들_연합뉴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사 8곳의 가계 신용대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평균 60.7%로 지난해 동기(40.3%) 대비 20.4%P 상승했다. 다만, 수용률 대비 실제 감면액이 낮은 카드사들이 많아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크게 늘어난 추이를 보였지만 실질적인 규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카드사들이 부추기는 현금서비스나 리볼빙 등의 이자율이 20%에 육박하고 있어 소비자에게 돌아간 실제 이익은 크지 않았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가계 신용대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평균 60.7%로 지난해 동기(40.3%) 대비 20.4%P 상승했다. 건수로는 총 23만250건 중 14만1121건을 수용했다.

카드사별로 가장 높은 수용률을 보인 곳은 1만3062건 중 1만775건을 승인한 롯데카드다. 무려 82.49%의 수용률을 기록했다. 가장 낮은 곳은 비씨카드로, 3729건 중 637건(17.08%) 수용에 그쳤다.

2금융권인 카드사의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은 1금융권인 은행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수용률은 34.8%를 나타내 카드사 대비 25.9%P 낮았다. 인터넷은행의 수용률은 22.0% 수준이었다.

카드사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상승은 금리 인하, 수용 건수당 이자 감면액 등이 공시항목에 추가되면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에 대해 강화한 금리인하요구권 공시를 적용했는데, 이를 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확대하면서 공시효과에 힘입어 더 많은 이자를 감면해줬다.

카드업계는 관련 마케팅의 확대를 배경 중 하나로 꼽았다. 회사마다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문자나 애플리케이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절차도 간소화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PC, 모바일 등 여러 루트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며 "상반기 신용카드사 개인 신용대출 차주 1인당 평균 0.85%P의 금리인하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면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금융당국이나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용률은 높았으나 감면액이 적어 표면상 지표만 끌어올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8개 카드사의 이자감면 총액은 46억4816만원이다.

카드사별 감면 액수를 살펴보면 삼성카드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삼성카드는 올 상반기 수용률 56.7%로 18억9000만원의 이자액을 감면했다. 이어 현대카드가 9억2400만원을, 롯데카드가 8억2800만원을, 신한카드가 6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높은 수용률 대비 감면액이 1억원에도 못 미치는 등 실제 감면 규모가 턱없이 적은 카드사도 있었다. 수용률 70.46%를 나타낸 KB국민카드의 감면액은 1억7500만원에 그쳤다. 59.01%의 수용률을 보인 우리카드의 실제 감면액은 5500만원 수준이었다. 하나카드도 49.49% 수용률을 기록했지만 1억2000만원을 감면했다. 17%로 수용률이 가장 낮았던 BC카드 감면액은 1300만원이었다.

아울러 카드사들은 최대 이자율이 20%에 달하는 카드론·현금서비스·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리볼빙) 등 고금리 상품 판매를 통해 따로 이익을 챙기면서 실제 소비자에게 돌아간 혜택은 미미한 결과로 남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리볼빙 잔액은 7조2698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5468억원) 대비 7000억 원 이상 늘었다. 이에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카드사들이 단기 수익성 확보를 위해 결제성 리볼빙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업계를 둘러싸고 카드사의 금리인하요구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요구 수용건에 대한 개별 금리인하폭 가중평균치 기준으로 롯데카드가 1.48%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현대카드도 1.13%를 기록해 1%대를 나타냈다. 나머지 카드사들은 모두 0%대를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상승 등 업황 악화로 인해 리볼빙 평균 금리를 늘리고 있고, 급전이 필요한 취약 차주들이 리볼빙을 대부분 이용하는 만큼 차주들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높아졌지만 결국 다른 부분으로 이를 채우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pearl@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