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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시장 커지는데 힘 못쓰는 보험사들…고객 잡기 ‘묘수’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04 16:36

금융권역별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점유율, 보험사 '꼴등'



업계 "머니무브 잡으려면 투자 상품·운용 전반 빨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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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전년말(295조6000억원) 보다 40조3000억원 증가(13.6%)한 335조9000억원을 기록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퇴직연금 시장이 커짐에 따라 보험업권의 점유율 확대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다만, 타 업권 대비 가입 고객 규모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자금 운용에 강점을 갖는 증권사나 상대적으로 빠른 대처에 나선 은행권과 비교해 늦은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전년말(295조6000억원) 보다 40조3000억원 증가(13.6%)한 335조9000억원을 기록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은 디폴트옵션 시행과 고령화 사회의 심화 등 환경 변화로 매년 커지는 추세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사전에 사업자가 제시한 운용 방법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한 후, 만기가 도래한 시점에서 일정 기간 동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가입자가 사전에 택한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은 종류별로 크게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뉘는데, DB형은 사업주인 회사가 적립금 운용을 책임지며 원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다. DC형은 근로자가 운용을 맡아 주식·채권형 펀드나 ETF 등 다양한 상품을 편입할 수 있고 IRP도 근로자가 직접 운용 지시를 한다. 디폴트옵션은 DC형과 IRP가 대상이다.

보험사들은 퇴직연금 가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금융권역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적립금 점유율은 은행(50.9%)이 가장 높았고 금융투자(22.0%), 생명보험(21.6%), 손해보험(4.3%) 순이었다.

저조한 운영수익률을 보완하기위해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만큼 가입자들이 원리금 보장에 대한 선호도보다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ETF에 관심을 키우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보험사 퇴직연금 ETF는 실시간 매매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고, 취급하는 ETF 상품군도 증권사에 비해 다양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지난 2021년까지 퇴직연금 수익률이 1%대를 나타내 투자 성적표도 부진했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머니무브’도 짙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보험업권도 최근 고객 잡기에 나서면서 변화의 바람이 부는 추세다. 적립금 규모 기준 1위인 삼성생명은 이르면 이달부터 자사 퇴직연금 가입자도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처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 ETF를 출시한다. 최근 이를 위한 관련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110여개 ETF 상품군 선별 작업을 마쳤다. DC형과 IRP 가입자는 이달부터 ETF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퇴직연금 자산 규모 2위를 기록 중인 교보생명은 맞춤형 컨설팅 전략을 통해 고객 모으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퇴직연금 도입부터 유지, 관리까지 고객사별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분기별로 퇴직연금 운용 현황 보고회 개최나 업계 최다 퇴직연금 전문 인력을 활용해 퇴직연금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실제로 실적배당형 상품 장기수익률 관리에서 업계 상위권을 기록하는 등 두각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선 보험업권 특성상 상대적으로 투자 상품이나 운용방식, 마케팅 등의 변화가 느려 시장 점유율을 위해선 전반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증권사 가입자만 ETF 거래를 할 수 있었으나 지난 2021년부터 4대 시중은행도 ETF 서비스를 제공했다. 보험업권이 가장 느린 편이라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DB보다 DC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고, IRP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어 소비자들의 투자성향을 빠르게 읽고 반영하는 운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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