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듈러주택이 지어지는 방식. 공장에서 80% 제작된 박스 형태로 된 유닛을 하나씩 조립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공업화주택(모듈러)을 올해 658가구, 2030년까지는 3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지만 이 정도 물량으로는 대형건설사들이 선뜻 나설 수 없다. 본래 대형건설사들이 나서려면 물량이 받쳐줘야 그 동력으로 기술개발 투자에 더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듈러 공법은 기존 콘크리트를 타설해서 구조체를 짓는 방법과 달리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해 현장으로 운반한 후 조립하는 방식이다. 안전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고 공기도 30~50% 단축할 수 있으며 자재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친환경적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자유로운 리모델링과 층간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대한 관심이 필요한 스마트건설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국토부는 모듈러 공법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철근콘크리트(RC) 공법 대비 공사비가 높아 공공지원 없이는 보급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지금까지는 지난 2017년 ‘가양모듈러행복주택’(30가구)과 2019년 천안두정 행복주택(40가구), 그리고 지난 6월 준공한 용인 영덕 행복주택(106가구) 정도가 전부였다.
이에 국토부는 모듈러 주택의 사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존 규제를 개선하면서 공공임대주택 발주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모듈러 투자와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가장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넥스트 라멘구조’와 ‘인필(In-Fill)시스템’을 통해 주거공간을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필 시스템 자체가 모듈을 서랍처럼 채워 넣는 것이기에, 이는 모듈러 주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GS건설 역시 지난 2020년 2000억원을 투자해 폴란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회사 ‘단우드’와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 ‘엘리먼츠’를 동시에 인수하고 올해 4월부터 B2C(일반 소비자와의 거래) 영업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포스코는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설계·제작사인 포스코A&C, 포스코스틸리온 등이 그룹차원에서 지상 25층, 총 384가구 아파트 2개동을 모듈러로 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30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매진 중이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발주한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모듈러 공법으로 준공했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13층 모듈러 주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토부는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올해는 658가구, 2024년까지는 1000가구, 2025년까지는 1500가구, 2030년까지는 3000가구 발주를 목표로 발주계획을 수립해 민간의 자발적 투자와 기술개발을 유도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으로는 기술개발에 나서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정부나 기업이나 모듈러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방향성은 같으나 모듈러 아파트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지금 수준의 발주 물량으론 부족하다"며 "기업이 기술력을 발전시키는 만큼 정부 역시 기업이 공격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민간참여사업을 넓히고, 발주계획을 크게 확대하는 의지를 보여야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