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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가계대출 상승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무소득자에게도 대출을 해주던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카카오뱅크 중심으로 청년 전월세 대출이 크게 늘어나 앞으로는 카카오뱅크에서도 보수적으로 대출을 내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4개 은행에서 공급한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액은 총 6조58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카카오뱅크에서 62.1%(4조900억원)가 취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청년층 주거비 경감을 위해 2019년 5월 금융위원회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은행권이 협약을 맺고 출시한 정책금융상품이다. 인터넷은행 중에서 카카오뱅크가 2020년 2월 청년 전월세 대출을 내놨고, 케이뱅크는 2021년 9월 상품을 선보였다. 시중은행에서도 같은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상품은 가구소득 7000만원 이하인 만 19∼34세의 무주택 세대주 또는 예비세대주를 대상으로 한다. 소득이 없어도 가능하며(최대 1억원), 최대 2억원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상품이 출시된 초기에는 청년들의 주거 비용을 줄인다는 취지의 상품으로 환영을 받았지만, 최근 가계대출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특히 카카오뱅크 중심으로 대출 잔액이 늘어나면서 대출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무소득자도 대출이 가능한 만큼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카카오뱅크에 젊은 층의 가입자가 많은 데다 비대면으로 서류 심사를 거치면 대출이 실행돼 수요가 몰린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청년 전월세 대출은 주금공에서 보증심사 승인이 나면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는데, 시중은행은 승인 이후에도 계약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을 내부적으로 한번 더 거친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주금공 보증심사와 별도로 계약서를 받은 후 리파인 등과 같은 회사에서 계약 권리 관계 확인 등을 추가로 실시하고, 문제가 없는 경우에만 청년 전월세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카카오뱅크에서는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 청년 전월세 대출을 받는 사기 행위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2월 A씨는 가짜 임대인과 가짜 임차인을 모집해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후 청년전세대출을 받는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덜미가 잡혔다. 지난 7월에는 B씨가 가짜 계약을 맺고 청년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6억원의 대출금을 가로챈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임대차, 임차인, 중개인이 완벽하게 공모를 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면 어떤 은행이든지 정상 대출로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며 "카카오뱅크 또한 다른 은행과 동일하게 내부 심사를 거쳐 대출을 승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청년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취지에 따라 경쟁력 있는 금리와 편의성을 제공하며 실수요 청년층에게 청년 전월세 대출을 적극 공급했고, 이에 따라 잔액이 크게 늘었다는 입장이다.
단 금융당국 감독이 강화되면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청년 전월세 대출을 확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가계대출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당하며 업계의 눈이 쏠린 만큼 카카오뱅크도 대출 확대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금공 상품이라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 기준을 바꿀 수는 없지만, 카카오뱅크의 내부 심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좀 더 깐깐하게 대출을 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24일부터 인터넷은행을 비롯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취급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소득심사·담보가치평가 등 여신심사 적정성, 대출규제 준수여부 등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특히 인터넷은행은 전월세 대출에 대한 심사 과정 등도 면밀히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