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보생명.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교보생명이 자회사인 교보증권을 대상으로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내년 하반기 목표로 추진 중인 금융지주사 설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교보증권은 이번 증자를 토대로 회사 수익을 극대화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부여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증자를 완료해도 교보증권의 자기자본이 2조원대에 못 미치고 있어 교보생명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교보증권이 추진하는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참여한다. 유상증자 납입일은 30일, 상장 예정일은 9월 20일이다. 교보증권은 이번 증자로 자기자본이 기존 1조6179억원에서 1조8679억원으로 증가한다.
교보증권은 이번 증자를 토대로 기존 본업과 함께 토큰증권, 탄소배출권 등 신성장 동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강조하는 ‘양손잡이 경영’에 따라 본업, 신성장 동력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면, 자기자본 3조 이상의 증권사에 부여되는 종투사 인가를 추진하는 시기도 한층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달라지는데, 그간 교보증권은 국내 1호 증권사임에도 자기자본 순위가 12위권에 머물렀다. 내년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금융지주사 설립을 추진 중인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교보증권을 비롯한 비보험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에 증자를 마쳐도 교보증권의 자기자본이 여전히 2조원대를 밑돌기 때문에 교보생명이 내년 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회사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자본 투입과 함께 손해보험사 인수합병(M&A) 등의 행보가 병행돼야 한다. 교보생명이 MG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교보증권이 현재는 중소형사에 머물고 있지만, 자기자본 3조원대로 도약하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일반환전 업무 등 영위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 |
▲교보생명 자회사 현황. |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번 증자와 별개로 이철주 사외이사의 사임 안건을 더욱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철주 사외이사는 교보생명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회장을 맡고 있다. 이 전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일은 내년 3월 25일까지이나, 최근 어피너티 회장직에서 사임한 데 이어 교보생명 사외이사직에서도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과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풋옵션 매입 가격을 놓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피너티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철주 사외이사가 사임함에 따라 어피너티 측에서 교보생명 자금회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적정한 수준에서 협의할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교보생명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간에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2차 중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전 사외이사가 사임했다는 사실도 이런 추측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PE) 성향상 본인이 투자부터 관리까지 담당했던 자산에서 물러나면, 후임자 입장에서도 해당 투자 건에 대해서는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임자 입장에서는 전임자가 투자했던 기존 자산에 모든 재원을 투입하지 않고, 법적 절차 대신 회의실에서 논의를 이어가는 식으로 차선책을 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ICC 2차 중재는 판결이 나오기까지 여러 절차들이 있는데, 교보생명과 어피너티는 가장 중요한 절차 직전 단계를 거의 다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어피너티에서 (이철주 사외이사 후임으로) 어떤 인물을 선임하는지에 따라 교보생명과 어피너티 간에 대결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