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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4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기 전 인근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손을 흔들어 인사한 뒤 입장문을 꺼내 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를 기다리던 지지자 300여 명은 일제히 "이재명"을 외쳤다. 지지자 중 일부는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정치 검찰 조작 수사 중단하라’, ‘검찰 독재 정권, 우리는 이재명과 함께 반드시 이겨낸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 대표는 검찰을 향해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며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독재정권은 저를 죽이는 것이 필생의 과제겠지만 저의 사명은 오직 민생"이라며 "이재명은 죽어도 민생은 살리십시오"라고 했다.
이 대표는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하겠다"며 본인을 ‘시지프스’에 빗댔다. 시지프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바위를 정상에 올려 놓으면 떨어지고 또 올려 놓으면 다시 떨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는 인물이다.
이 대표는 윤 정부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벌써 네 번째 소환"이라며 "저를 희생제물 삼아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를 향한 무자비한 탄압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 놀랄 일도 아닙니다만, 국민의 삶은 너무 나빠지는데 우리 국민들께서 대체 무슨 죄가 있겠냐"라며 "수십 수백명이 이유 없이 목숨을 빼앗겨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불안한 나라,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 통치로 두려움과 공포가 만연한 나라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자유의 이름으로 각자도생이 강요되는 벼랑 끝 사회, 국민들은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라며 "뉴스를 안 보는 것이 일상을 버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탄식, 눈떠보니 후진국이라는 한탄을 들을 때 마다 제가 차마 고개를 들기 어렵다. 이 모든 게 제 부족함으로 검찰독재 정권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너무도 무겁게 어깨를 짓누른다"고 말했다.
또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달도 차면 기울고 화무도 십일홍"이라며 "왕정 시대 왕들조차 백성을 두려워했고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정권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기억하십시오.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며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은 반드시 심판받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저는 권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권한을 원했다. 제게 공직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책임과 소명"이라며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주권자를 위해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 년에 걸친 수백 번의 압수 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를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 앞에서 약 14분 간 입장문 낭독을 마친 뒤 차량을 타고 오전 10시 40분쯤 서울중앙지검 로비에 도착했다. 이날 조사 일정은 오전 10시 30분으로 잡혀 있었다.
그는 로비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인다고 이 무능한 정권의 정치 실패, 민생 실패가 감춰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른 질문은 받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2번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이 대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백현동 의혹과 관련한 이날 검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30쪽 분량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대부분의 답변을 갈음할 것으로 보인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