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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보험사들...하반기 '암초'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16 16:25

상반기 주요 5대 손보사, 순이익 합산 4조원 넘어



"계리적 가정 보수적으로 적용 시 일부 보험사 CSM 감소 불가피"



농작물재해보험 지급규모 지난 3년간 연평균 7152억원

폭우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폭우와 폭염, 태풍이 잦아지고 있어 자연재해와 관련한 하반기 손실 규모가 불어나고 있다.연합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상반기 일제히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하반기에도 이 같은 실적이 이어질지 시선이 모인다. 업계는 3분기부터 새 회계제도 적용과 자연재해로 인한 보상 규모 변수에 따라 실적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으며 회사별로도 실제 성적이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삼성화재, 삼성생명,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대다수 보험사가 실적을 발표했다.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주요 5대 손보사 순이익 합산이 4조원을 넘기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연결기준 전년대비 27.4% 상승한 상반기 1조215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은 9181억원, 메리츠화재는 8390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기록하며 1조원에 육박하는 순익을 나타냈다. 생보사는 삼성생명이 9742억원, 한화생명이 7038억원, 교보생명은 6716억원의 순이익을 나타냈다.

그러나 하반기 각종 변수가 기다리고 있어 순항 중인 실적에 변동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3분기부터 IFRS17(새 국제회계기준)의 계리적 가정을 변경한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정확한 순이익과 CSM(계약서비스마진) 산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보험사에 제시한 상태로, 3분기부터 정식으로 적용하되 전진 적용을 원칙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3분기 결산에서 일부 손해보험사 이익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IFRS17에서 계리적 가정의 정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예실차’로 인해 현대해상의 2분기 보험손익이 직전분기보다 6.8% 감소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현대해상 실적에 대해 분석한 리포트에서 "상반기 예실차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올해 세전이익 전망이 기존보다 17.5%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이날 현대해상 목표가를 4만3000원에서 4만원으로 낮췄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부 보험사의 경우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기존보다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CSM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적용에 따라 BEL(최선추정부채) 증가·CSM 감소·자본 미변동으로 요구자본 증가와 가용자본 감소, 즉 K-ICS(신지급여력제도) 비율 하락이 우려된다"며 "구체적인 수치와 해약환급금준비금의 변동 등은 3분기 결산 이후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상기후’로 인한 손실액도 보험사로선 우려스러운 요소다. 업계는 최근 폭우와 폭염, 태풍이 잦아지고 있어 자연재해와 관련한 하반기 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보험상품의 보험지급금이 늘어나고 있다. 재해보험은 폭우나 태풍, 폭염 등으로 건물, 농작물, 가축, 수산물 등에 발생한 피해를 보장하는 공적 보험으로 풍수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가축재해보험 등으로 나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풍수해보험의 지급보험금은 2008~2015년까지 평균 51억6000만원 정도였지만 2016~2022년까지 170억원으로 3배넘게 뛰었다. 농작물재해보험 지급규모도 2010~2019년 2775억원이었지만 2020~2022년은 연평균 7152억원까지 늘어났다.

국내는 자연재해로 인한 지급액이 전체 보험금 지급액에 포함돼 있어 따로 정확한 규모가 공시되지 않지만 해당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의 가입률은 2001년 17.5%에서 지난해 49.9%로 올랐다. 침수에 따른 자동차 보험금 지급액은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2147억원을 기록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상기후에 대한 피해는 규모를 가늠하기가 어려워 대다수 보험사에서 직접적인 상품을 내지 않고 있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도를 측정하고 예상 피해금액을 추정해야 하는데 이런 예상이 어렵기 때문"이라면서도 "올해 이어진 역대급 폭염과 잦은 폭우 등으로 손실 규모가 예년대비 컸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기후와 관련한 사고나 상해는 연계된 보험을 통해 보험료가 청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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