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거품 꺼지나"…글로벌 증시서 ‘전기차·AI·명품’ 관련주 공매도 급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10 11:12
투자자

▲투자자(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올해 글로벌 증시에서 투자 열풍을 주도한 인공지능(AI), 전기차, 명품 관련 주식들을 공매도하는 기관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데이터 제공업체 헤이즐트리 자료를 인용해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명품 구찌 브랜드의 모회사 케링, 일본 반도체 기업 어드밴테스트가 지난달 헷지펀드들이 각 증시에서 가장 많이 공매도한 대형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기관투자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하는 헤이즐트리는 전 세계 약 700개의 헷지펀드들이 운용하는 1만 2000개 가량의 주식에 대한 데이터를 집계한다.

헤이즐트리는 또한 각 주식에 대해 얼마나 많은 헷지펀드들이 공매도에 나서는지에 따라 1점부터 99점까지 ‘밀집도 점수’를 부여한다. 밀집도 점수 99점을 받은 주식은 공매도하는 헷지펀드들이 많다는 뜻인데 테슬라, 케링, 어드밴테스트가 이 점수를 받은 것이다.

다만 테슬라, 케링, 어드밴테스트 주식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각각 2.6%, 0.9%, 8.7%로 나타나는 등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일반적으로 공매도 거래 비중을 통해 투자자들의 약세 심리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헤이즐트리의 데이터는 헷지펀드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얼마나 형성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앞으로 얼마나 떨어지는지보단 전기차, 명품, AI 관련주들이 고점을 찍었다고 예측하는 헷지펀드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0년 6월 첫 상장 이후 2만 2000% 가까이 급등한 테슬라 주식은 올해만 2배 넘게 급등했다. 2021년 최고점 대비 40% 하락한 상황이지만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기대감에 테슬라 주가는 올해 초부터 상승랠리를 이어왔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마진(이익)을 계속 희생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머지않은 미래에 극적인 가치 상승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마진을 희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치는 엄청나다"고 답했다. 그 영향으로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18일 연고점인 293.34달러를 찍은 후 이날 242.19달러로 18% 가량 추락했다.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드밴테스트는 올해 주가 상승률이 116%에 육박하는 등 AI 열풍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지난달에는 연상승률이 165%에 이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하회한 데 이어 올해 실적 전망치 또한 변경되지 않아 애널리스트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어난 보복 소비가 한풀 꺾이면서 그동안 승승장구해왔던 명품 관련주들도 힘이 빠지고 있다.

명품 시장 ‘큰 손’인 중국에서는 리오프닝 이후에도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고 북미 지역에서도 매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다. 올 상반기 프랑스 럭셔리 그룹 LVMH의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케링의 2분기 북미 지역 매출 역시 전년 동기대비 23% 감소했다. 헤이즐트리 자료에 따르면 LVMH의 밀집도 점수는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케링 주가가 다른 명품 관련주들에 비해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 또한 구찌 브랜드 경쟁력이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