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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초전도체 관련주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초전도체가 주식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내 연구진의 전 세계 최초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관련주들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연구 결과가 검증되지 않은 데다 일부 테마주는 관련성이 거의 없어 ‘묻지마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관련 테마 4개 종목 상한가 행진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남(29.94%), 덕성(29.89%), 서원(29.98%), 대창(29.99%), 국일신동(30.00%)은 이날 상한가에 장을 마감했다.
초전도 선재 개발 업체인 서남과 초전도 웨이퍼사인 덕성은 3거래일 연속 상한가 기록을 세웠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지난 2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서남은 이날 종가(1만980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1일 종가(6500원) 대비 40% 이상 상승해 오는 4일 하루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서원도 2거래일째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대창, 국일신동 등은 전날 상승세에 이어 상한가까지 올랐다. 서원, 대창, 국일신동은 구리 제품 전문기업으로 구리가 초전도체 후보물질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2년 전 세계 최초로 초전도 케이블을 상용화했던 LS전선 역시 초전도체 관련주로 묶이면서 LS전선아시아 주가는 전날 상한가에 마감한 데 이어 이날 7.72%가 오른 1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과 2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신성델타테크는 이날 소폭 하락하며 전일 대비 0.98% 내린 2만5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상한가에 마감한 고려제강도 전일 대비 3.36% 하락 마감했다.
◇상온 초전도체 논문 진위 여부 논란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모든 전기 저항을 상실하는 물질을 의미한다. 초전도체를 활용하면 전류를 무한대로 흘려보내서 전력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는 영하 270도 수준의 극저온에서 초전도 현상이 구현돼 실생활에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초전도 현상 발현 온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주식 시장에서 갑자기 초전도체 광풍이 불기 시작한 건 최근 국내 연구진의 한 논문이 발표되면서부터다. 국내 민간연구회사인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양대 연구진은 지난달 22일 논문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은 전 세계 최초로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갖는 물질을 찾았다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논문이 공개되자 과학계는 연구 결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논문이 검증된다고 하더라도 상용화가 진행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게 과학계의 입장이다.
◇실체 불분명…테마성 성격 짙어 위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에서는 초전도체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초전도체 테마로 묶인 종목들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마성 성격이 지나치게 짙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 힘든 종목들도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추후 급락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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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논문을 발표한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현재 홈페이지 접속을 막은 상태다. 퀀텀에너지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
실제로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신성델타테크의 경우 전자부품 전문업체로 자동차 공기흡입장치, 세탁기 부품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초전도체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하지만 신성델타테크가 52.52%의 지분을 보유한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이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9.37%)을 갖고 있어 테마주로 분류된 케이스다.
이번 논문을 발표한 퀀텀에너지연구소도 논문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현재 홈페이지 접속을 막은 상태다. 퀀텀에너지연구소 홈페이지에는 ‘사이트 준비 중’이라고만 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주 급등락 피로감이 차기 급등주를 찾고자 하는 욕구로 바뀌면서 초전도체 테마 관련주의 주가 폭등세를 유발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과학계에서는 검증단계에 있는 만큼 개발 성공 여부를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고 아직까지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 성격이 내재된 만큼 초전도체 테마주들의 주가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