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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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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깊어지는 HMM 투자자…"M&A 위한 주가하락에 희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31 16:09

산은·해진공 '일반주식+전환권·신주인수권' 일괄매각



전환가 5000원 vs 현주가 1만7000원…주가 하락 불가피



인수전 속도 올리고 인수가 낮추기 위해 주가 하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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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최근 새 주인 찾기에 나선 HHM의 투자자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인수전은 흥행하는 분위기지만 주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HMM은 매각 공고 직후 SM과 하림, 동원, LX 등 인수를 희망하는 곳들이 몰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쟁이 심화되면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지만 HMM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후 주식시장에서 대차거래가 가장 많았던 종목 2위는 HMM이다. 1위는 부동의 삼성전자다.

HMM의 대차거래 순위는 상반기 중에는 5위에 머물렀지만 최근 순위가 급격히 올랐다.

대차거래는 무차입공매도가 금지된 우리 증권시장에서 사실상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해석된다. 최근 HMM에 대한 주가 하락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HMM의 공매도 기대감이 커진 것은 매각 이슈가 가장 크다. 지난 20일은 HMM이 주식 매각 공고를 낸 날이다. 이날 HMM의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보유 지분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전환 후 물량에 대한 일괄입찰공고를 냈다.

산은 측은 HMM 보통주식 1억9879만주에 더해 제192회 전환사채의 전환권과 제193회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인수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 보유하게 되는 HMM 보통주식 2억주를 합산해 하나의 입찰대상으로 하여 일괄 매각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를 최근 주가 1만8000원을 대입해 환산하면 7조원이 넘는 규모다.

여기에 산은 측이 남은 전환권과 신주인수권을 추가로 행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를 전환하지 않고 남겨둘 경우 잠재적인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는다면 산은측이 전화사채 등을 행사해 챙기는 금액은 10조원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주가에는 큰 변수가 생긴다. 바로 전환권과 신주인수권이 불러오는 효과다. 이른바 ‘오버행’(잠재적 매물)에 따른 주가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은이 보유 중인 HMM의 전환권과 신주인수권은 1주당 5000원에 행사할 수 있다. 이날 주가를 기준으로 1주당 1만2490원(1만7490원-5000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번에 1조원 규모인 2억주를 풀고 난 뒤에도 1조6800억원 규모의 전환권과 신주인수권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미 2억주 규모의 오버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남은 권리마저도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것을 가정한다면 HMM의 주가는 지금보다 크게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주가 하락은 이번 M&A에 참여하는 인수희망자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다. 산은 측 입장에서도 피할 수 없는 가치 하락이다. 1주당 가격이 5000원 이하로 내려가지만 않는다면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산은은 이미 주식 전환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HMM의 매각 공고 이후 산은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잔여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전환주식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하에 처리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전환할 의사가 없다면 아예 언급할 필요도 없는 내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산은이 M&A과정에서 주식전환에 나서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일반 주주들이다. HMM은 지난 2021년 이후 코로나 특수와 실적 회복에 따라 주가가 폭발적으로 올랐다. 당연히 주가 상승에 동참한 주주들이 많다. 2020년 2000원대를 기록했던 HMM의 주가는 2021년 들어 최고 5만원을 넘기도 했다. 당시 HMM의 별명이 ‘흠슬라’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적어도 코로나 기간 HMM의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산은은 빠른 매각을 위해, 인수희망자는 몸값을 낮추기 위해 HMM의 주가하락을 방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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