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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일대.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올해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증가폭이 전 금융권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대상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이 금융권 중 가장 우수한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내 원리금비보장 상품 수익률은 가장 높았고, 상장지수펀드(ETF)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점도 증권사로의 퇴직연금 이동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내에서 14개 증권사의 적립금 규모는 대부분 증가했고, 적립금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도 높은 수익률로 성과를 내고 있다.
◇증권사 퇴직연금 올해 7% 이상 증가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모든 금융권의 확정급여형(DB)·DC·개인형IRP를 모두 합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45조81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331조7240억원) 대비 4.25%(14조9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이중 증권업권의 적립금 증가세가 가장 빨랐다. 14개 증권사 퇴직연금사업자의 적립금 총액은 2분기 말 기준 79조1534억원으로, 작년 말(73조8467억원) 대비 5조3067억원(7.19%) 증가했다. 반면 시장점유율이 가장 큰 은행업권(179조3882억원)는 작년 말 대비 8조5627억원(5.01%), 보험업권(87조2724억원)의 경우 2206억원(0.25%) 커지는 데 그쳤다.
증권업계가 전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원리금비보장 상품 수익률을 보인 것이 투자자들의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2분기 말 기준 DB형 퇴직연금 원리금비보장 상품 수익률의 경우 은행(4.93%)이 가장 높았지만, 원리금비보장 비중이 높은 DC·개인형IRP의 경우 증권업이 각각 6.73%, 6.51%로 가장 높았다.
DC·개인형IRP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작년 시범운행을 거쳐 올해 정식 시행된 데다가, 증권사가 가진 운용역량·경험이 합쳐져 높은 수익률을 일궈낸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퇴직연금 가입자가 직접 연금을 운용할 경우 증권업계가 유일하게 ETF를 실시간 거래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보험업권 새 건정선 지표도 영향
또한 보험업권에 새로운 건전성 지표가 도입된 것이 적립금 증가 속도를 둔화시켜 증권업으로의 ‘머니무브’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부터 도입된 신지금여력제도(K-ICS, 킥스)에 따라 퇴직연금 계약 시 보험계약마진이 아닌 투자계약 부채가 늘게 돼, 보험사 입장에서 퇴직연금을 굳이 늘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도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ETF를 포함할 수 있지만, 신탁이기 때문에 실시간 거래가 되지 않는다"며 "올해 증시 분위기가 좋아진 것도 이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3년 2분기 말 기준 14개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추이 | |||
사업자명 | 적립금 합계 | 증감율 | |
2023년 2분기 말 | 2022년 말 | ||
미래에셋증권 | 21조7560억 | 19조5407억 | 11.34% |
현대차증권 | 15조9210억 | 16조132억 | -0.58% |
한국투자증권 | 11조5602억 | 10조7912억 | 7.13% |
삼성증권 | 10조6313억 | 9조4727억원 | 12.23% |
NH투자증권 | 5조4615억원 | 5조2244억원 | 4.54% |
KB증권 | 5조412억원 | 4조6355억원 | 8.75% |
신한투자증권 | 4조5363억원 | 4조2208억원 | 7.47% |
대신증권 | 1조4400억원 | 1조3503억원 | 6.64% |
하나증권 | 1조1469억원 | 1조1041억원 | 3.88% |
하이투자증권 | 6598억원 | 6569억원 | 0.44% |
한화투자증권 | 4262억원 | 3314억원 | 28.61% |
신영증권 | 2059억원 | 1868억원 | 10.22% |
한국포스증권 | 1939억원 | 1636억원 | 18.52% |
유안타증권 | 1732억원 | 1551억원 | 11.67% |
합계 | 79조1534억원 | 73조8467억원 | 7.19% |
출처=금융감독원 |
◇증권업계 퇴직연금 경쟁도 본격화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자 각 증권사의 적립금 유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퇴직연금사업자인 14개 증권사는 최근 6개월간 각종 디폴트옵션·채권거래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퇴직연금 운용 경험이 많은 은행권과 업무제휴를 맺기도 했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등 기관·단체에서도 다양한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6개월 동안 2조2153억원(11.34%)를 추가로 끌어모으며 총 21조7560억원으로 적립금 규모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뒤를 이어 현대차증권(15조9210억원), 한국투자증권(11조5602억원), 삼성증권(10조6313억원) 등이 10조 이상의 적립금 규모를 지켜냈다.
퇴직연금 증가폭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이 가장 두드러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적립금은 4262억원으로 대형사에 비해 사이즈가 작지만, 같은 기간 948억원이 늘어 증가폭 28.61%로 1위에 기록됐다. 반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2위 현대차증권(15조9210억원)의 경우 6개월 동안 922억원이 줄어들면서 업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1분기는 퇴직금 지급이 집중되는 시기기 때문에 적립금 감소 요인이 발생한다"며 "올해 1분기는 전년 동기보다 훨씬 많은 퇴직금 지급이 이루어져 적립금이 감소했지만, 2분기부터는 dc 영업 확대, 퇴직연금 인력 및 조직 확대 등을 통한 영업력 강화로 적립금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적립금 규모와 무관하게 수익률 면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는 증권사들도 있었다. DC형 원리금비보장 상품 기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증권사는 삼성증권(8.54%)이었고, 현대차증권(8.21%) 및 한화투자증권(8.01%)도 8%대 수익률을 자랑했다. 개인형IRP의 경우 유안타증권(8.32%)이 1위였으며, 그 뒤를 삼성증권(8.12%), 한국포스증권(7.83%)이 이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