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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코스닥 지수가 934.58로 마감하며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천스닥 돌파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코스닥 지수가 연중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천스닥(지수 1000포인트) 시대 도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천스닥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스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특정 종목 쏠림 현상, 우량기업의 코스피 이전 상장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지난 21일 장 마감 기준 전일 대비 0.32% 오른 934.58을 기록했다.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난 5월 806.47까지 떨어졌던 지수는 두 달 만에 16%가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58억원, 171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개인 홀로 128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거래대금은 13조3901억원으로 코스피 거래대금(12조2588억원)을 추월했다.
◇ 2차전지주 의존 심화…랠리 퀄리티 낮아
코스닥 상승을 이끈 건 2차전지 업종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올해 들어 각각 310%, 978% 상승했다. 에코프로비엠 시총은 37조원대로 올라서면서 카카오와 네이버를 넘어섰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총 10위인 포스코퓨처엠(37조9957억원)을 바짝 추격 중이다. 에코프로그룹주에 속하는 에코프로에이치엔도 올해 주가가 100% 넘게 올랐다.
문제는 2차전지 업종 외에는 코스닥 대표 종목이 없다는 것이다. 2차전지 종목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2차전지 외 종목으로는 투심이 낮아졌다. 특히 에코프로그룹주에 의존하는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천스닥 시대를 이끌 주역이 2차전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심이 회복되면서 2차전지가 견인해 코스닥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며 "다만 코스닥에서 소수 종목 쏠림 현상이 심화돼 최근 랠리의 퀄리티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 신규 상장은 불발되고…우량기업은 코스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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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이 테마성 종목 단타 매매가 성행하는 시장으로 여겨지는 점 또한 코스닥 시장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닥에서는 기업의 펀더멘탈이나 실적보다는 단기 호재로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잦다.
단타 시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탓에 코스닥에서 성장한 우량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사례도 많다. 한때 코스닥 대표 우량기업으로 불렸던 네이버와 카카오, 셀트리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코스피 이전 상장 이후 기업 인지도가 상승하고 주가도 급등했다.
최근에도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올해 초 SK오션플랜트와 비에이치가 코스피로 옮겨갔고 포스코DX, 엘앤에프 등도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이다.
코스피로 우량기업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중소기업의 신규상장도 빨간불이 커졌다. 최근 들어 금융당국의 기업공개(IPO)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상장이 불발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의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이던 메타버스 오피스기업 틸론이 상장을 철회했다. 틸론은 3번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으면서 공모 일정이 지연됐고 결국 상장 계획을 중단했다. 틸론 외에도 정정신고서를 작성하면서 일정이 뒤로 밀리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 체질 개선 급선무…업종 분포 다각화해야
코스닥이 천스닥 고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업종 분포도를 다각화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첨단 바이오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오흥식 코스닥협회장은 지난 6월 간담회를 통해 "코스닥 지수가 상승하려면 고부가 창출 혁신기업이 코스닥에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하며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는 철폐해야 한다"며 "비상장 우량기업을 코스닥 시장으로 유치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코스닥 투자가 곧 테마주 투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코로나19 이후 코스닥 시장도 4차 산업 혁명에 맞춰 신성장산업 지수로 탈바꿈하고 있고,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반도체, 첨단 바이오, 로봇산업 등을 하반기 정책 수혜 산업으로 보고 정책 모멘텀에 힘입은 코스닥 상승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