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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Q CI.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쌍방울그룹과 KH그룹의 상장사들이 잇따라 감자를 실시하고 나섰다. 주주들에게 아무 보상을 주지 않는 무상감자다 보니 주주들의 반발이 서세다. 일부 법인은 감자를 반대하는 주주들로 감자결정을 철회하기도 했다.
해당 회사 주주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무상감자를 하지 않으면 회사가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해 회생하기 어렵다. 하지만 무상감자 자체만으로 거의 상장폐지와 다름없는 수준의 주식 가치 하락이 뒤따른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스피 상장법인 아이에이치큐(IHQ)는 보통주식 15주를 1주로 무상병합하는 감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IHQ는 KH그룹의 상장사로 지난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아 4월부터 거래 중지 중이다.
이 밖에 사법적인 이슈로 무더기 거래정지를 당해 시장에 충격을 준 쌍방울과 아이오케이, KH건설 등이 최근 무상감자를 하겠다고 공시했다.
감자는 경영진(이사회)이 결정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감자는 주주의 이해관계에 변화를 주는 데다가 CB와 BW 인수자 등 채권자의 담보도 감소시키는 이슈기 때문에 상법상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친다. 주총에서 참석주식수의 3분의 2 이상이 감자에 찬성해야 하며, 감자에 찬성하는 주식수가 총 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할 수 있다.
IHQ는 이번 감자를 위해 오는 8월 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감자 관련 안건을 안건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IHQ가 밝힌 감자사유는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다. 결국 자본잠식 해소를 위한 조치라는 얘기다.
지난 1분기 기준 IHQ의 자본총계는 974억원으로 자본금 1211억원보다 적다. 자본을 까먹고 있는 자본잠식 상태다.
이는 감자를 통해 해소가 가능하다. IHQ는 감자 뒤 자본금이 80억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1131억원의 감자차익 생기는 데 이를 1559억원 규모의 결손금을 줄이는 데 사용(상계)할 수 있다. IHQ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의 주요 이유가 결손금 누적 등에 따른 계속기업 관련 불확실성이라는 점에서 감자를 통한 재무개선은 회사 입장에서 절실하다.
문제는 주주다. 감자는 회계원리상으로는 주식가치에 영향을 안주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주가를 하락시키는 악재다.
보통의 종목이라면 감자 공시 뒤 일정기간 거래정지를 거친 뒤 감자를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은 기존 구주를 반납하고 감자비율을 적용한 감자 신주를 받는다. 감자 신주는 감자비율을 곱한 기준주가로 거래를 재개한다.
IHQ의 경우 15:1 감자를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 15주는 1주로 바뀌고 대신 1주당 기준주가가 15배 오른 가격으로 거래를 시작해야 한다. 현재 IHQ의 주가는 239원으로 감자신주가 거래되면 3585원으로 거래를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이론에 불과하다. 실제로 무상감자를 시행하면 감자 공시 직후부터 거래 정지 전까지 주가가 떨어진다. 회사의 자금사정이 안좋고 이에 최후의 수단을 쓰고 있다는 신호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IHQ는 거래 정지 중이다 보니 주주들이 시장대응을 하지 못한다. 이에 IHQ 주주들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면 감자를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쌍방울그룹의 아이오케이가 IHQ와 유사한 이유로 무상감자를 진행하려다가 주주들이 대거 주주권 행사를 거부하면서 의결권 미달로 진행을 멈췄다. 아이오케이는 이익결손이 발생했지만 자본잉여금으로 상계가 가능해 자본잠식 상황은 아니었다.
IHQ 관련 종목게시판에는 "아이오케이처럼 우리도 감자를 하지 못하게 해야한"는 내용의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오는 중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주들이 회사는 살리더라도 내 주식은 건드리지 말라는 딜레마에 빠질 때가 있다"며 "경영 책임과는 별도로 투자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