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오세영

claudia@ekn.kr

오세영기자 기사모음




TV수신료, 전기료와 ‘따로 징수’ 확정…"납부 의무지만 미납 땐 단전 안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1 15:11

윤 대통령, 순방 중 전자결재 방식 개정안 재가…이르면 12일부터 시행
1994년 한전 통합징수 후 29년 만에 변경…KBS "공포 즉시 헌법소원 낼 것"

'TV 수신료' 분리징수 안건 설명 취재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TV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안건 설명을 하는 모습을 KBS 취재진이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텔레비전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가했다. 개정안은 이날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에 따라 개정안 공포 과정을 거쳐 이르면 12일부터 ‘분리 징수’가 시행된다. 다만 한국전력공사(한전)은 당분간 고객이 TV 수신료를 내지 않고 전기요금만 납부해도 단전 등 강제 조치에는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KBS의 지정으로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자가 KBS 수신료를 납부통지·징수할 때 자신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해 행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전이 지난 1994년부터 통합징수를 시작한 지 29년만에 변경되는 셈이다.

국민들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그 금액을 명확하게 알고 납부할 수 있게 해 국민의 관심과 권리의식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가 설명하는 개정안 취지다.

현재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재가할 경우 개정안이 공포·시행된다. 정부는 TV수신료 분리 징수를 최대한 신속하게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TV 수신료 징수 위탁 사업자인 한국전력은 시행령 공포 즉시 분리 징수 업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한전은 입법 취지에 맞춰 전기요금 청구서와 TV 수신료 청구서를 별도로 제작·발송하는 ‘청구서 별도 발행’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전은 KBS와 위탁 징수 계약 변경 협의, 실무 준비 등으로 앞으로 두세 달 정도 현행 통합 징수 체계 틀을 유지하면서 원하는 고객들이 분리 납부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동안 종이·이메일·모바일 청구서를 받아 계좌 이체 등의 방식으로 직접 전기요금을 내던 고객(비자동이체 고객)은 별도의 신청을 하지 않아도 기존 안내 계좌를 활용해 전기요금과 TV 수신료 2500원을 따로 낼 수 있다.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한 번에 낼 수도,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두 번에 걸쳐 낼 수도, 전기요금만 납부할 수도 있다.

고객이 TV 수신료에 해당하는 2500원을 빼고 전기요금만 납부한다면 한전은 전기요금은 완납된 것으로 처리하고 TV 수신료만 미납된 것으로 기록하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기요금 청구서가 세대별로 나가는 단독주택, 다세대·다가구 주택, 소규모 아파트 등과 달리 대단지 아파트는 준비 상황에 따라 대처 방식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과 TV 수신료 징수 실무를 맡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별로 구체적 분리 징수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신료가 분리 징수된다 해도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더라도 한전 차원에서 단전 등 강제 조치는 하지 않는다.

TV가 있는데도 수신료를 안 내면 방송법에 따라 미납 수신료의 3%만큼 가산금(월 수신료 2500원 기준 70원)이 부과된다. KBS는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얻어 국세체납에 준해 강제집행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방통위는 국민의 편익과 집행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앞으로 전기요금 청구서와 TV 수신료 청구서가 별도 제작돼 발송되는 단계에 접어들면 TV 수신료 징수 비용은 급증하고 실제 걷히는 TV 수신료는 적어지면서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KBS와 한전 간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전은 TV 수신료 청구서 제작비, 우편 발송비 등 1건당 약 680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른 연간 추가 비용이 18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스템 구축 및 전산 처리 비용, 전담 관리 인력 인건비 등 기존 TV 수신료 징수 비용 419억원(2021년 기준)까지 더하면 TV 수신료 징수 비용은 연간 최대 2269억원에 달할 수 있다.

한전은 현재 KBS와 TV 수신료 징수 위탁 계약을 근거로 수신료의 6.2%를 수수료로 받는데 상황 변화에 따라 이 비율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분리 징수 본격화 때 TV 수신료의 약 30%를 수수료로 받아야 손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수신료 급감 예상 속에서 비상 경영에 들어간 KBS가 한전의 계약 변경 요구에 응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징수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징수 수수료는 더 적게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전이 손해를 보면서 위탁 징수를 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고 한전과 KBS가 적정 비용 부담 방안 등 계약 사항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KBS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령안이 공포되는 즉시 헌법소원을 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claudia@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