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테슬라 모델Y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 중국산 완성차가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 시장 공략에 성공한 중국 차량은 이제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수입차가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신규 등록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돼 국내에 수입된 차량은 1만2727대다. 2021년 5001대 대비 154.5% 늘어난 수치로, 전체 수입 자동차(31만1221대) 중 4.1%를 차지했다.
중국산 자동차 중 승용차는 9472대다. 중국 지리홀딩그룹(지리홀딩) 자회사 볼보, 볼보와 중국지리홀딩그룹의 합작사 폴스타, 독일 BMW의 전기차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중국 다칭 공장에서 생산되는 볼보 플래그십 세단 S90은 지난해 국내에서 4361대 팔렸다. 중국 타이저우시 루차오 공장에서 생산되는 폴스타의 전기차 ‘폴스타2’의 경우 같은 기간 2794대 팔렸다. BMW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3은 선양 공장에서 생산, 2096대 팔렸다.
![]() |
▲GS글로벌이 6일 개최한 T4K 런칭 쇼케이스에서 비야디(BYD) 1톤 전기트럭 T4K를 공개했다. |
중국산 버스와 트럭의 입지는 이미 굳혀진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산 상용차는 3255대가 수입돼 2021년(1216대) 대비 약 168% 늘었다. 비중도 미국산(26.5%)에 근소하게 뒤진 2위(20.4%)였다. 특히 중국산 전기버스의 경우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했다. 국내에서 팔린 전기버스 2대 중 1대가 중국산인 셈이다.
중국 완성차 기업 비야디(BYD)의 1톤 전기트럭 ‘T4K’를 수입·판매하고 있는 GS글로벌은 이달 중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BYD는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 기아 봉고3 EV 등 경쟁 모델보다 성능을 근소하게 개선한 1톤 전기트럭 T4K를 지난 4월 국내에 출시됐다.
중국산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의 최대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다. 중국 전기버스는 대당 수입 단가가 1억5000만원 수준으로 3억원대인 국산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최대 70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으면 차량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산 1톤 트럭도 보조금을 적용하면 가격이 2000만원대로 낮아진다. 국산 1톤 트럭 포터와 봉고 전기차보다 1000만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 |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5가 ‘2023 캐나다 올해의 친환경차’를 수상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
여기에 테슬라의 중국산 전기차도 한국 시장에 상륙할 예정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5월 테슬라 판매량은 1841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9.8% 감소했다. 판매량 감소의 배경엔 2021년부터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차량 판매가격을 수차례 올려 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한 점이 작용했다.
테슬라는 판매량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형 전기차인 중국산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을 꺼내들었다. 환경부가 공시하는 배출가스 인증정보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코리아는 중국에서 제조된 테슬라 모델 Y RWD에 대해 환경 인증을 완료했다. 생산지는 테슬라 중국 상해 공장이다. 환경부 인증은 한국 시장에 공식적으로 수입차를 판매하기 위한 필수 인증이다. 수개월 내 중국산 테슬라를 한국에서 정식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테슬라는 현재 국내에 모델Y 사륜구동(AWD) 롱레인지, 고성능 버전(퍼포먼스) 두 가지 차종만 판매하고 있다.
모델Y RWD에는 리튬이온배터리보다 가격이 약 30% 저렴한 리튬인산철배터리가 탑재된다. 이에 중국 현지에서도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된 모델Y 롱레인지보다 한화로 약 900만원 저렴한 약 47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테슬라가 모델Y RWD 판매가격을 5700만원 이하로 책정해 보조금을 100% 받을 경우 액수에 따라 최대 4000만원 후반대에 구입할 수 있다. 이는 실구매가 기준 현대차 아이오닉5 스탠다드, 기아 EV6 스탠다드와 비슷한 가격대다.
또 캐나다에서 중국산 모델Y RWD 주행거리(394km)가 아이오닉5 스탠다드(354km), 기아 EV6 스탠다드(373km)보다 길다. 한국과 캐나다가 미국 EPA 기준을 참고해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모델Y RWD의 경쟁력을 무시하지 못한다.
업계는 국산 완성차 업계가 받을 즉각적인 영향과 타격은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최근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는 등 인정을 받고 있다"며 "국내 전기차의 완성도와 인지도가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에 들어와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산 버스와 트럭의 경우 국내 업체가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중국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환경부는 다소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또 국내 대기업 일부가 중국 버스 수입·유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보조금 지급 정책에 입김을 작용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중국산 버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ji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