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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가계대출 확대, 고금리로 인한 소비 여력 감소, 수출 부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도체 수출 감소로 제조업 재고율은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수출 부진, 내수부문 위축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수출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지출을 늘려 성장률을 방어하는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국내외 주요 전망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하향 조정하고 있다. 전국경제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달 9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3%로 0.2%포인트(p) 낮췄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성장률을 기존 1.6%에서 1.5%로 내렸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올해 6월 말이나 7월 초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계획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1.6%로 제시했는데, 소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배경에는 중국 등 글로벌 수출 둔화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금리 인상으로 소비, 투자 위축 흐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는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의 ‘트리플 약세’를 나타냈고, 올해 성장률 전망의 최대 상방요인이었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점도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이다. 중국 경제의 회복이 리오프닝 이후 대면서비스 소비, 공공인프라 투자 등 내수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대중 수출 증가를 통한 긍정적인 효과도 미진하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전반적인 경기 상황 악화, 수출 부진 지속 등이 맞물렸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현재 상황에서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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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통계청) |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5.2% 감소했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째 감소했다. 이는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월 이후 가장 길다. 5월 무역수지는 21억달러 적자로 작년 3월 이후 15개월 연속 적자였다. 반도체,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반도체 출하가 줄면서 재고율(재고/출하)은 4월 130.4%로 전월 대비 13.2%포인트 올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제조업평균가동률은 전월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소매판매 역시 전월 대비 2.3% 감소했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 부진하니 기업들이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아 가동률은 떨어지고 재고는 쌓이는 것"이라고 했다.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가는 점도 가계 소비를 제약하고,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5월 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8000억원 늘면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중 은행 가계대출은 1056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2000억원 늘었다. 5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10월(5조2000억원)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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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정부는 하반기 경제가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상태라면 하반기 역시 큰 기대감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민간소비 개선세도 예상보다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최근 들어 은행 대출금리는 낮아졌지만 고정금리로 갈아탄 차주들은 이러한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고, 이자비용 부담으로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점도 소비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수출 개선세만 기다리기보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배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반도체 수출 회복만 기다리는 천수답 상황"이라며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예산을 불용(不用)하고, 지출을 줄이면 경제 성장률은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기업은 미래가 불확실해 투자를 안 하고 있고, 가계는 부채가 높아서 소비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정부는 다른 나라보다 부채 비율이 낮은 만큼 경제 진작을 위해 정부가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