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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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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슈퍼스타 엔비디아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01 07:10
TECH-AI/NVIDIA-ISRAEL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계하는 엔비디아가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사진=로이터/연합


 <요약> AI 시대를 맞아 미국 엔비디아가 스타 기업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가 설계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은 생성형 AI를 가동하는 데 필수품이다. 자체 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팹리스가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실리콘밸리에서 만났다. 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AI(인공지능) 시대의 슈퍼스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디비아(NVIDIA)는 이렇게 불러도 손색이 없다. 주가는 작년 10월 이후 세배 넘게 올랐다.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300조원)를 넘본다. 시총 1조달러는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속한 울트라 프리미엄 클럽이다.

엔비디아 주가가 뛰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도 덩달아 들썩거린다. 어떤 회사이길래 세상을 들었다놨다 하는 걸까. 키워드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Denny’s)

1993년 4월 젠슨 황, 크리스 말라초우스키, 커티스 프리엠 3인이 미국 동부 샌호제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에서 만났다. 9살 때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황은 스탠포드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LSI Logic, AMD에서 경력을 쌓았다. 말라초우스키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프리엠은 IBM과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 컴퓨터 칩을 만졌다.

창업 초기 세 사람은 모든 파일명에 NV를 붙였다. 넥스트 버전(Next Version)이란 뜻이다. NV는 엔비(Envy)와 통했고, 라틴어로 엔비가 인비디아(Invidia)라는 걸 알았다. 이렇게 해서 나온 회사 이름이 바로 엔비디아(NVIDIA)다.

출범할 때 은행 잔고엔 4만달러 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능성을 엿본 벤처캐피탈이 곧 붙었다. 미국 경제잡지 포천은 2007년 엔비디아를 올해의 기업으로 선정했다.

출범 때부터 엔비디아는 젠슨 황이 최고경영자(CEO) 업무를 맡았다. 반도체 전문가인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칩 워’에서 "늘 검은 청바지와 셔츠, 검은 가죽 재킷을 입는 그(황)는 컴퓨터의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 같은, 말하자면 스티브 잡스 같은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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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월29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검은 가죽 재킷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사진=로이터/연합


◇ 마약보다 더 귀한 GPU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은 ‘그래픽처리장치’(Graphic Processing Unit)라 부르는 반도체 칩이다. 원래 GPU는 주로 비디오 게임 또는 컴퓨터 게임용으로 쓰였다. 올들어 생성형 AI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덕에 엔비디아 GPU가 새삼 주목을 받았다. GPU는 생성형 AI를 학습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밀러의 설명을 들어보자. "GPU는 AI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다…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이미지를 학습한다면 CPU는 픽셀 하나하나를 처리하는 데 비해 GPU는 많은 픽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컴퓨터가 고양이를 알아볼 수 있도록 훈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놀랍게 단축되었다." GPU의 이러한 설계 구조를 ‘병렬처리’라 한다.

AI는 챗GPT를 넘어 자율주행자, 기후예측 등 상상할 수 모든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미 GPU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전기차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CEO는 "고급 GPU는 마약보다 더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 팹리스(Fabless)

엔비디아는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이다. 반도체 회사이지만 공장을 두고 직접 칩을 만들지는 않는다. 대신 생산은 대만 업체인 TSMC에 맡긴다. TSMC는 세계 1위 로직 칩 제작업체, 곧 파운드리다.

설계 따로 생산 따로 시스템은 반도체 스타트업이 성장할 때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스타트업이 직접 공장을 짓고 운영도 해야 한다면 돈도 돈이지만 인력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때 제작을 외주로 맡기면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만계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와 대만 최대기업 TSMC는 찰떡 궁합이다.

무선통신 칩 시장을 지배하는 퀄컴은 또다른 팹리스 회사다. 퀄컴은 TSMC와 삼성전자 등에 생산을 위탁한다.


◇ 암(ARM) 인수 시도

2020년 9월 엔비디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영국 반도체 기업 암을 40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을 쓴 스기모토 다카시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 교외에 본사를 둔 암은 회로 설계만 하는 ‘반도체의 숨은 실세다.’

그러나 인수은 걸림돌을 만났다. 영국과 유럽의 공정거래 당국이 독과점을 우려해 승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GPU 최강 기업과 회로 설계 일인자 기업의 만남은 누가 봐도 독과점을 우려할 만하다. 결국 엔비디아는 2022년 2월 암 인수를 포기했다. 만약 인수에 성공했다면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M&A가 될 뻔했다.


◇ 젠슨 황과 이재용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2일에 걸친 장기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 회장이 만난 거물 중에는 젠슨 황도 있다. 두 사람은 실리콘 밸리 일식집에서 회동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공급한다. AI 시장이 커질수록 GPU는 물론 고성능 메모리 칩에 대한 수요도 커진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칩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더 큰 로직 칩(GPU, CPU 등)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 1위를 목표로 세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만약 엔비디아의 GPU 외주 물량 일부를 가져올 수 있다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 거침없는 발언

젠슨 황은 지난달 하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중 수출 통제 정책을 비판했다. 황은 "만약 (중국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살 수 없다면 그들은 스스로 그걸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교역할 수 없다면 미국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칩스법(반도체법) 제정을 통해 대중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AI 혁신을 이끄는 엔비디아 GPU는 일순위 통제 리스트에 올랐다.

중국은 AI 개발에서 엔비디아 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인공지공 작업을 위해 돌아가는 중국 서버의 95%가 엔비디아에서 설계한 GPU를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칩 워’). 1차 타격은 중국이 받지만, 중국에 고성능 GPU를 팔지 못하면 엔비디아도 실적에 마이너스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글로벌 패권 다툼의 일환이다. 젠슨 황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귀를 기울일 것 같지는 않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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