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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S부문 V1라인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전기요금과 환율 불확실성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과 고환율 기조에 원가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앞으로 속도·방향성을 알기 힘들다는 게 고민거리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1kWh(킬로와트시) 당 전기요금이 8원씩 오르면서 기업들의 걱정도 많아졌다.
전기를 많이 쓰는 반도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각각 1만8412GWh(기가와트시), 9209GWh였다. 단순 계산하면 이번 전기료 인상으로 연간 부담액이 삼성 1473억원, SK 737억원 늘어나는 셈이다.
철강사들의 표정도 좋지 않다. 전기로를 쓰는 현대제철은 연간 7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한다. 이번 인상으로 연간으로 전기요금만 500억원 정도 더 쓰게 된다.
이 같은 원자재값 부담은 완제품 생산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후판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에 이목이 쏠린다. 철강사들이 올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전기료가 인상됐기 때문이다. 정유·화학 업계와 자동차 생산시설도 전기·가스료 인상 영향권 아래에 있다는 분석이다.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에겐 골칫거리다. 코로나19 엔데믹 수혜를 노리고 있는 항공·여행 업계가 대표적이다. 항공사들은 비행기 리스료, 항공유 등을 달러로 지급한다. 원화가 약세가 되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 10원 변동 시 약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환율이 평균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움직이면 장부상 3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밖에 해외에서 원유를 사와야 하는 정유사, 원재료를 수입해야하는 철강사 등도 고환율 상황이 부담스럽다.
더 큰 문제는 전기요금과 환율의 인상 속도·폭과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국전력은 수십조원 적자를 내면서도 수년간 전기료를 제때 올리지 못했다. 물가 인상으로 서민의 삶이 힘들어진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이번 전기료 인상 결정도 당초 2분기부터 적용돼야 했지만 45일 넘게 미뤄진 것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알지만 언제 얼마나 가격이 오를지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경영 관련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말했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강달러 시대가 막을 내렸지만 ‘원화약세’라는 복병을 만나 수입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말 110 이상으로 치솟았던 달러인덱스는 꾸준히 내려 지난달부터 100 초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반면 2월 1240원대까지 내려갔던 달러-원 환율은 1330원대까지 오른 상태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