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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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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국제유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유는…"힘 빠진 美 셰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04 13:12
USA-OIL/OPEC

▲미국 원유시추기(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대규모 감산 등을 통해 글로벌 원유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된 배경엔 미국 셰일오일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셰일 붐’에 힘입었던 미국이 시장 점유율을 놓고 중동 산유국들과 치킨게임을 벌였을 정도로 셰일은 한때 OPEC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지목돼왔다. 그러나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견제하기는 커녕 OPEC+의 이번 감산분조차 메울 수 없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OPEC+ 산유국들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을 발표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하루 50만 배럴의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추가 감산 규모는 모두 합쳐 하루 160만 배럴이 넘는다.

OPEC+은 지난해 10월에도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한 바 있다. 이를 모두 더하면 OPEC+ 산유국들이 총 감산에 나서는 규모는 하루 366만 배럴로, 이는 글로벌 수요의 3.7% 가량 차지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시장은 이에 즉각 반응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3일(현지시간) 장중 최대 8% 가량 급등한 후 각각 6%, 5.7% 상승 마감했다. WTI는 지난해 4월 12일 이후 거의 1년 만에 하루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고 브렌트유는 지난해 3월 21일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OPEC+의 하루 200만 배럴 감산 합의가 이뤄졌던 지난해 10월 첫째 주의 WTI 주간 상승률은 16.54%에 이르렀다.

산유국들의 석유생산 정책에 따라 국제유가가 요동친다는 것은 그만큼 OPEC+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산유국들이 대규모 감산에 나서는 이유는 단연 ‘유가 부양’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과 동맹 산유국들은 브렌트유가 15개월래 최저 수준을 찍었던 지난달 20일부터 생산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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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람코(사진=로이터/연합)

이처럼 OPEC+가 글로벌 원유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원하는 방향대로 유가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배경엔 더 이상 미 셰일에게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깔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놀드벤처스의 존 아놀드 공동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OPEC의 감산이 가능했던 이유는 미 셰일이 과거와 같은 속도로 성장하는 능력과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오늘날 시장의 공급 탄력석이 훨씬 떨어졌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에 대한 OPEC의 고민이 줄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미 셰일이 글로벌 시장에 공급했던 원유는 현재 이라크와 이란의 산유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이에 OPEC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셰일 업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산유량을 늘리는 쪽을 택했지만 결국 공급이 과잉되면서 국제유가는 2014년에 본격 폭락했다.

유가 하락세가 2016년까지 지속되자 OPEC은 러시아 포함 주요 산유국들과 OPEC+를 결성했고 유가 회복을 위해 감산에 합의했다. 그 이후 시장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미국은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했고 석유 순수출국 지위에 오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출에 신중한 태도를 취한 셰일 업계가 석유 생산보다 주주환원정책에 힘을 쓰기 시작했다. 여기에 유전 고갈, 인플레이션, 인력 및 장비 부족으로 생산량을 쉽게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량이 하루 5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국 산유량은 전성기였던 2017∼2019년까지 연 100만 배럴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지난해 기록적인 수익을 거둔 셰일 업계는 OPEC+의 공급 감소분을 메울 정도로 석유를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셰일은 더 이상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파괴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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