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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정기선의 고민···HMM 인수전 참여 ‘저울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7 15:21

"인수 의지 없다" 현대차그룹 여전히 '최대 후보군'



HD현대 선박 운용 시너지 기대..."일종의 인센티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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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정기선 HD현대 사장.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HMM(옛 현대상선)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결단을 통해 탄생한 기업이다. 1976년 오일쇼크 당시 선주들이 배를 인수해가지 않자 버려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3척으로 ‘아세아상선’을 세웠다. 1983년 현대상선으로 이름을 바꾸고 성장가도를 달렸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6년에는 산업은행 통제 하에 들어가며 ‘현대’ 색깔을 지웠다.

정 명예회장의 손주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행보에 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HMM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양사가 인수 여력을 갖추고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최근 HMM 경영권 매각 관련 자문단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증권(매각자문), 삼일회계법인(회계자문), 법무법인 광장(법무자문)을 각각 선정했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 이슈인 ‘HMM 매각전’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HMM은 산업은행(20.69%), 한국해양진흥공사(19.96%), 신용보증기금(5.02%) 등 공공기관이 주요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HMM 인수 후보군으로 현대차그룹, HD현대그룹, 포스코, CJ, LX, SM 등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이 회사가 ‘현대’ 정통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과 HD현대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 운반선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HMM을 품을 경우 사업 영역을 더욱 확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친환경 에너지 운반 사업 역량을 키우고 중고차 사업 몸집을 키우는 등 신사업 진출에 대한 의지가 상당하다. 아직 정의선 회장 체제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라 HMM을 이에 활용할 여지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배를 만드는 HD현대그룹 역시 기대되는 효과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특히 정기선 사장이 ‘CES 2023’에 직접 참석해 "바다에 대한 활용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도 재계에서 여러차례 회자된다. 자율운항선박 등 미래 기술이 가시화할 경우 해운업과 연결고리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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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함부르크’호


문제는 HMM의 ‘몸값’이다. 단순 시가총액은 27일 종가 기준 9조6500억원 수준이다. 대신 업종 특성상 변동성이 커 정확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가 힘들다. HMM이 ‘코로나19 특수’를 누릴 당시에는 시총이 20조원을 넘겼지만 최근에는 업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산업은행 등이 보유한 영구전환사채에 대한 이슈도 있다. 작년 말 기준 HMM이 발행한 영구전환사채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5억3600만주가 추가로 시장에 풀린다. 현재 발행주식 총수인 4억8904만주보다 더 큰 수치다.

유력 인수 후보군인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등이 HMM 인수 관련 "논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배경이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회장 또는 정기선 사장이 ‘통큰 베팅’을 할지 여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산을 계승한다는 상징성이 크다는 점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전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등에서는 정부가 인수 기업에 일종의 ‘특혜’를 준 느낌이 강하다"며 "해운업 변동성이 워낙 큰 만큼 HMM 민영화 작업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일종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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