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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따른 파장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SVB 본사에 위치한 로고(사진=EPA/연합) |
26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은행권 불안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기침체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보도했다. 이번 은행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경제 전반의 신용 경색으로 글로벌 성장이 하락될 것이란 분석이다.
WSJ는 이어 세계가 당장 직면하고 있는 리스크로는 미국 은행들이 미국인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축소시키는 가능성이라며 이럴 경우 독일제 자동차, 중국산 전자제품 등 해외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들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수요 부진으로 세계 각국의 대(對)미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무역과 금융 시스템이 미국 달러화에 기반된다는 점 또한 글로벌 경제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와 서울대학교 이코노미스트들이 지난 1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흐름은 달러화가 주도하는 금융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글로벌 금융환경이 완화되면 무역이 글로벌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식이다. 반대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거나 금융환경이 제한되면 무역의 비중이 줄어든다.
WSJ는 아울러 미국 은행들이 추가로 파산해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권에서 새로운 사태가 발생해 예상치 못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진짜 리스크"라고 주장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은행들의 재무 상태가 건전하고 규제 당국들이 신속하게 조치해 이번 봄까지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 하더라도 올해 글로벌 성장률은 2.2%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올해 3.2% 성장을 예상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월등히 낮다.
반대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여러 은행들이 파산해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 올해 세계 경제는 최대 마이너스 2% 성장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글로벌 중앙은행들도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매파 성향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은행권 불안으로 "확실히 침체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불확실한 것은 이러한 은행권 스트레스가 얼마나 광범위한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지"라며 "우리가 매우 밀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2주간 금융시장이 광범위하게 폐쇄됐는데 지속될 경우 경제에 더 큰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며 "다음 금리에 대한 전망을 내놓기엔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그(카시카리 총재)의 발언은 인플레이션을 최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는 연준 인사들의 최근 주장들에 비해 더 신중했다"며 "이는 통화정책에 대한 그의 입장에 전환이 따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SVB 사태 전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 위해 최종금리가 5.4%로 인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최근의 은행권 혼란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신용 기준이 더 빽빽해질 것으로 본다"면서 "이는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모두 낮아지는 형태로 경제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니 크레디트의 에릭 닐슨 수석 경제고문은 "연준과 ECB를 포함한 주요 중앙은행들은 금융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추가 금리인상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