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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배우 입막음 스캔들, 美 대통령 만들수도? 여론조사 결과도 ‘오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4 09:22
USA-TRUMP/DEFAMATION-LAWSUIT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성관계 입막음’ 의혹이 미 대선 판에 어떤 파급력을 주게 될 지 주목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주께 기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은 가운데, 다수 미국인들이 의혹을 사실로 보면서도 수사는 ‘정치적’이라고 보는 상황이다. 스캔들이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전 대통령 양비론으로 부상할 수도 있는 셈이다.

당장 수사를 맡은 맨해튼지검은 야당인 공화당과 공개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고 의회에서 증언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맨해튼지검은 요구 서한을 발송한 공화당 소속 하원 상임위원장 3명에게 "여러분의 서한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지방검찰의 기소에 대한 전례 없는 조사"라고 답장을 보냈다.

아울러 자신에 대한 정치적 ‘체포설’을 제기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여러분의 서한은 트럼프가 자신이 체포될 것이라는 거짓 예상을 지어내고 그의 변호사들이 여러분의 개입을 촉구한 직후에 왔다"면서 "그 어느 것도 의회 조사에 대한 적법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맨해튼지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여부를 막판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다. 당초 전날 소집될 예정이었던 대배심은 맨해튼지검 요구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형사법의 특징 중 하나인 대배심은 검찰이 중대한 범죄 공소를 제기할 경우 거쳐야 하는 단계다.

대배심은 검사 기소가 정당한지, 충분한 증거가 제출됐는지에 대해서만 비공개로 심사한다. 유무죄를 결정하는 소배심과는 달리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결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맨해튼지검이 지난 1월 말 구성한 대배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 의혹 관련 증인들 증언을 청취하고 증거 자료들을 검토해왔다.

해당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자신과의 과거 성관계 주장을 폭로하려던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입을 막으려고 13만 달러를 제공한 의혹을 말한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다면 미국 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이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대선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큰 타격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당장은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소돼도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는 데다 기소가 오히려 당내 경선에서 지지층 결집 당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결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정치적 기소"라면서 검찰 때리기에 가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세를 몰아 지난 19일 연방 정부와 무관한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이 "(워싱턴)DC에서 직접 명령을 받는다"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21일 실시된 로이터통신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54%는 뉴욕 검찰의 수사를 정치적으로 봤다.

이런 여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쟁자들 공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정치 검찰론에 일견 수긍하면서도 이번 사태를 겨냥 "일일 드라마"라고 표현해 거리를 뒀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내가 우리 모두를 파멸시키려고 하는 급진 좌파 미치광이, 불공정 검사와 싸우는 동안 잡담하면서 선거운동한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주장이 본선에서 가장 덩치가 큰 표심인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갤럽의 지난달 조사에서도 유권자 절반 가까이(44%)가 자신을 무당층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28%, 공화당은 27%였다. 앞선 로이터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70%가 트럼프 전 대통령 혐의를 사실로 봤다. 혐의 사실 여론이 정치적 수사 여론 보다 다소 높은 것이다.

디샌티스 주지사 역시 "만약 대선에 출마한다면 나는 바이든을 상대로 뛸 것"이라며 본선 경쟁력 프레임으로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리암 도노번은 뉴욕타임스(NYT)에 "공화당 경선에서 친(親)트럼프냐 반(反)트럼프냐는 정서와 관련될 수 있는 어떤 사건도 오직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만 단단하게 할 것"이라며 "그러나 법적 논란이 커지는 것은 지지 기반을 확대해야 하는 본선에서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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