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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다녀온 재계 총수, 기업 ‘경협’ 기대 효과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19 12:00

반도체 동맹 재설정···배터리·전기차 협력 물꼬



완성차 등 대결구도는 여전···"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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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살아보니까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국내 5대그룹 총수가 일본 출장을 다녀오면서 양국 기업간 경제협력 확대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관련 ‘동맹’을 다시 맺고 배터리·전기차 분야에서 힘을 모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완성차 등 소비재의 글로벌 시장 경쟁 구도는 여전할 전망이다. 국내 수출액 자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지난 16~17일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양국간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도쿄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16일에는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17일에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열었다. 우리 측에서는 5대그룹 총수 외에도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한일경제협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등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행사에 윤 대통령이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국 대통령이 양국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9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4년만이다. 재계는 정부에 △한일 경제안보동맹 강화 △양국 젊은층 교류 확대와 양국 공동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글로벌 룰 세팅에서의 한일 협력 강화 등을 요청했다.

재계 총수들의 출장 이후 한일간 ‘반도체 동맹’이 재설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우리는 완제품 생산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미국이 자국우선주의 정책으로 반도체 보조금 문제를 꺼내든 데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는 분석이다. 삼성, SK 등 입장에서 희소식이지만 주요 소재 국산화를 추진 중인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은 긴장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 SK, LG 등의 배터리 사업도 수주 확대를 예상할 수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전동화 전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혼다자동차와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다만 전세계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완성차 등 소비재의 대결 양상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전략 역시 일부 수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현대차의 전기차, LG전자의 TV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이날 우리나라 수출구조가 한일 관계 악화 이전 수준으로 복원될 경우 국내 수출액이 연간 26억9000만달러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SGI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수출 대비 일본 비중은 양국 관계가 악화하기 이전인 2017~2018년(평균) 4.9%에서 지난해 4.5%로 0.4%포인트 낮아졌다.

수출이 늘어도 우리나라 무역수지 해소에는 도움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무역에서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한일 관계 개선으로 기대되는 수출 증대 효과인 26억9000만달러는 국내 수출증가율의 0.43%포인트 상향요인"이라며 "산업연관분석을 활용해 우리나라의 대 일본 수출증가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보면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은 "미중 패권 경쟁에 낀 국내 기업들은 안정적 공급망 구축, 지속가능한 수출시장 확보, 유사 입장국과 협력 강화 등을 추구해야 한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맞아 메모리반도체에 강점을 갖춘 한국과 소재·장비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 갖춘 일본의 반도체 분야 협업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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