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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동결해도 은행 대출금리는 오른다...금융소비자 ‘혼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05 10:08
은행

▲서울에 설치된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췄지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 미국 통화 긴축 장기화 우려가 기준금리 동결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쳐, 최근 채권 금리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소비자들이 겪는 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출금리뿐 아니라 개별 은행 가산금리 인하, 은행별 변동금리 산출 방식 차이, 시장·예금 금리의 코픽스(COFIX) 반영 시차 등이 겹쳐 금리 추이를 예상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410∼6.522%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인 2월 3일과 비교하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280%포인트(p) 오른 것이다. 이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589%p(3.889%→4.478%) 뛴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5.420∼6.450%)도 한 달 사이 하단이 0.270%p, 상단이 0.140%p 높아졌는데, 이 역시 은행채 1년물 금리가 오른 데(+0.391%p)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1∼2주 사이 채권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물가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빅 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결정하는 등 긴축 기조 장기화 예상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의 경우 현재 연 4.920∼6.946%로 하단은 0.030%p 떨어졌지만, 상단은 0.056%p 높아졌다.

최근 은행권 대출 금리의 실제 변동 폭은 지표금리인 은행채(고정금리)나 코픽스(변동금리)보다 작은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한 달 은행채 5년물 금리는 0.589%p 올랐지만, 이 금리를 지표로 삼는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 하단의 인상 폭은 절반 수준인 0.280%p에 그쳤다.

정부·금융당국의 잇따른 ‘돈 잔치’ 비난으로 은행들이 스스로 가산금리를 줄여 대출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3일부터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신규 구입자금 용도) 금융채 5년물 기준 금리를 0.3%p 낮추고, 주택담보대출(생활안정자금 용도) 금융채 5년물 기준 금리도 0.2%p 인하했다. NH농협도 같은 날부터 가계 신용대출과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에 0.3%p 우대금리를 적용했다.

반면 4대 은행의 한 달간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하단 하락 폭(-0.030%p)은 코픽스(-0.470%p)의 10%도 미치지 못했다. 상단의 경우 코픽스 인하에도 불구하고 0.056%p 높아졌다.

이는 주요 시중은행 중 신한·하나은행 등 일부는 실제 적용할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산출할 때 코픽스 변동분을 기계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예금·채권금리 등 실제 조달금리를 따로 계산해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서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난 1월 기준금리가 인상됐을 때 대출금리는 떨어지고, 2월에 동결되니 대출금리가 다시 올라 코픽스 흐름과 들어맞지 않아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러 변수가 있지만, 시장금리와 예금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 약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코픽스 등에도 상승분이 반영돼 고정금리뿐 아니라 변동금리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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