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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KB금융지주 등 금융주를 팔아치우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겨냥해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과점적 지위에 안주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경우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작년 12월 이후 두 달 만에 1300원을 넘어서는 등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외국인은 매수세를 이어간 것이다.
종목별로 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매수세가 눈에 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1조1841억원어치 사들였다. 이어 SK하이닉스(4013억원), 삼성SDI(3194억원), 현대차(2471억원), 기아(1446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적자 등으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6조8233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2년 대비 60% 넘게 급감한 수치다. 올해 중순까지 PC, 모바일 고객들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 축소가 지속되면서 고정거래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올해 말부터는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외국인도 매수세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고가 정상화된 고객들이 올해 3분기 이후 2024년 공급 부족을 의식한 재고 재축적에 들어가면서 올해 4분기부터는 수요가 본격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며 "반도체 업황의 강한 회복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는 주가 하락 시마다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 전략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하락 사이클에서 바닥 지표인 재고 감소와 가격 하락세 둔화는 2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하반기 반도체 수급은 개선 추세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했다.
반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POSCO홀딩스(3476억원), NAVER(3004억원), SK이노베이션(2596억원)을 비롯해 금융 대장주인 KB금융(1289억원), 카카오뱅크(1102억원) 등은 순매도했다. 이들 종목에 비해 매도 물량은 크지 않지만 신한지주도 274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하면서도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거듭 비판하면서 금융주를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투자업계의 분석이다.
당국은 대형은행 중심의 과점적 구조가 손쉬운 이자장사에 집중하도록 했다고 보고, 과점 체제 완화를 위한 챌린저 뱅크, 스몰 라이선스(인가 세분화) 도입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최근 한 금융지주사가 개최한 기업설명회(IR)에서 해외투자자들은 당국의 규제와 향후 정책 방향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감독당국도 은행지주, 은행을 향해 제재나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당국이 금융사의 지배구조, 사회공헌, 성과급 등을 압박하는 것은 다소 과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는 금융사와 소통을 강화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금융사와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찍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