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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금융당국 주도로 5월 출시 예정인 대환대출 인프라에 신한은행 등 대형 금융사들도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빅테크·핀테크 업계도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그동안 자신들의 시장이었던 대출 비교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형 금융사들이 참여하며 시장 확대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형 핀테크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6월 출시를 목표로 대출 중개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대환 대출 상품을 포함하는 것으로 신한은행 모바일뱅킹에 탑재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이 참여하는 예·적금 중개 플랫폼도 동시에 출시된다.
신한은행뿐 아니라 카카오뱅크, 키움증권, 신한카드, 현대캐피탈, 웰컴저축은행 등 10여 곳의 대형 금융사들이 대환 대출 인프라와 연계한 대출 중개 플랫폼 도입 의지를 드러내면서 금융사들의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환 대출 인프라는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고 신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을 비대면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대출 상환, 신규 절차를 완전 전산화하는 금융결제원의 대환 대출 이동시스템과 금융사들의 대출 상품을 비교해 주는 대출 중개 플랫폼을 통합해 일컫는다. 기존에 대출 중개 플랫폼은 핀테크 업체들이 운영해 왔는데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자인 금융사도 운영할 수 있도록 참여자를 확대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대환 대출 인프라를 두고 빅테크·핀테크에 종속될 수 있다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의 영업행위를 약탈적이라 규정하고 과점 체제를 깨야 한다며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자 호의적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핀테크 업체들은 금융사의 참여를 예상하면서도 신한은행의 등장에는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보였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대환 대출 인프라에 반발을 했었다가 직접 운영을 한다고 하니 180도 모습이 바뀐 것"이라며 "당국의 압박에 직접 구축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사 참여로 핀테크 업계에서는 중개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핀테크 업체들은 대출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금융사들로부터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받으며 수익을 낸다. 그런데 새로 참여하는 대형 금융사들이 자본력을 내세워 수수료를 낮춘다면 다른 플랫폼 운영자들도 덩달아 수수료를 낮출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결제원이 대출조회 중개수수료를 15원으로 제시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형 금융사와의 경쟁으로 중개 수수료가 낮아지면 대형 금융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핀테크 업체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객 확보도 난관이다. 시중은행 등 대형 금융사에서는 이미 많은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어 핀테크 업체 플랫폼으로 이동할 유인이 크지 않다. 단 대출 중개 서비스는 금융사와 얼마나 제휴를 맺는 지가 관건이라 자신 있어 하는 분위기도 있다. 대환 대출 플랫폼의 경우 금융결제원의 망을 이용해 대출 비교를 할 수 있는 상품은 똑같지만 플랫폼에서 중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각 참여자 플랫폼의 제휴 업체가 얼마나 많은 지가 중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A은행이 경쟁 관계인 다른 은행과 중개 제휴를 맺는 것은 소극적일 수 있다"며 "반면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사들과 적극적으로 제휴를 맺는다면 중개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들은 대형 금융사의 참여가 대출 비교 서비스 시장의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그동안 대출 비교 서비스는 빅테크·핀테크 업체들 간의 경쟁이었는데 대형 금융사들도 참여하면서 시장을 알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 대형 금융사들의 공정한 비교·중개 서비스와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 금융사가 자신들의 상품을 플랫폼 상위에 노출시키는 등 불공정한 중개 모습은 이뤄지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금융당국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 구축과 운영 과정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