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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력 수익원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 영업력을 크게 키우지 못하고 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PF 대출 잔액 및 연체율이 전년 대비 급증해 리스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중소형사들은 PF 조직을 축소 및 유지하거나, 리스크 관리 역량 및 다른 전통 투자금융(IB) 영업을 강화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PF 조직에 올해 들어서만 40여명의 인력을 수혈했다. 지난달 다올투자증권에서 계약만료된 부동산 PF 인력 25명이 영입됐고, 이달 들어서도 15명이 추가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이들을 중심으로 IB사업 3본부를 신설, 마찬가지로 다올투자증권에서 옮겨 온 이원병 상무에게 본부장직을 맡겼다.
그러나 다른 증권사들에게 메리츠증권과 같은 사례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금리인상 여파에 의해 부동산 PF 리스크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25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110조2000억원) 대비 15조1000억원 늘었다. 이중 증권사의 PF 대출잔액은 4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증권사의 연체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8.2%로, 동기간 4.5%포인트 증가했다. 2위 저축은행(2.4%)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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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
올해 들어서는 둔촌주공아파트 주력 평형이 완판되고, 건설사들의 부도설도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 기조가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고금리 및 부동산 경기 둔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PF 리스크도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아직 PF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증권사, 건설사 등 관련 업체들은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연말 PF 조직 규모를 대폭 줄인 다올투자증권은 현재까지 별다른 인력 충원을 하지 않고 사업 방향성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아직도 많은 중소형사는 PF 조직 규모를 가까스로 유지한 채 다른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오랜 기간 부동산 금융이 중소형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기에 PF 역량을 포기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도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한양증권에서는 별다른 조직개편 움직임이 없었다.
하이투자증권은 PF 영업력이 아닌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다른 전통 IB 사업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새해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금융과 주식발행시장(ECM) 중심이던 기존 IB본부를 IB1부문으로 승격하고, 산하 기업금융담당을 기업금융본부로 승격시켰다. 더불어 IB2부문을 신설해 SME금융본부와 대기업솔루션본부를 산하에 뒀고, 각각 SME금융1·2부와 대기업솔루션1·2부를 편제했다. ECM, 부채발행시장(DCM), SME 금융 및 대기업솔루션 등 전통 IB 부문 영업력을 보강한 것이다. 또한 리스크관리본부 내 사후관리부를 만들었는데, 이는 PF를 포함한 IB 전반에 대한 위험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다각화된 사업구조와 높은 신용도로 비교적 걱정이 덜할 것"이라며 "하이투자증권의 움직임은 부동산금융의 수익성 유지를 기반으로 전통 IB 및 고유재산 운용 부분을 확대 강화해, 수익구조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