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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금융감독원이 5대 시중은행(우리·하나·신한·KB국민·NH농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고 완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은행의 역대급 실적에 따른 ‘돈 잔치’ 논란이 커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5대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 등과 관련해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금감원 임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4일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 여·수신 등 은행 업무의 시장 경쟁을 촉진해 효율적인 시장 가격으로 은행 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와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수신 시장에서는 높은 점유율을 가진 5대 시중은행이 가격 책정 시 과점적인 게임을 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5대 시중은행 외 다른 참여자들이 시장에 들어와 경쟁이 촉진될 경우, 최근 문제가 되는 예대금리차 이슈 등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완전 경쟁 체제 시 효율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하고, 예금과 대출 마진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현재 금융당국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금감원의 움직임은 앞서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작년 5대 시중은행 임직원에 지급된 성과급이 총 1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밝혀져 ‘이자 장사’, ‘돈 잔치’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이는 은행 과점 체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완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이 나온 것이다.
금감원은 대형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려 했던 영국의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산업간 경쟁 촉진이 필요해지자 은행 신설을 유도했는데, 이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핀테크와 접목한 형태의 은행 등 일명 ‘챌린저 은행’이 다수 등장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쟁이 촉진되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으로 은행을 이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은행에 대한 인허가 등을 놓고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 경제적 편익에서 개방된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제1금융권인 전체 18개 은행의 원화 예수금 현황에 따르면 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의 점유율은 77%에 달했다. 이들 은행은 예금 시장에서 각각 15~16%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의 원화대출금 또한 5대 은행의 점유율이 67%로 사실상 예금, 대출 시장에서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대 은행이 과점 체제를 이용해 마치 자신들이 모든 것을 다한 것처럼 성과급이든 배당이든 하는 분위기가 있어 과점의 고착화를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