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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KB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사옥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4대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KB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의 2022년 연간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며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 및 보유자산 평가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3사의 4분기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아예 적자 전환되기도 했다.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맹주’로서의 위상도 흔들리게 된 만큼, 각 사는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한 활로를 찾아 나서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가 하면, 조직개편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거나 신사업 발굴 등 움직임이 눈에 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 자회사 KB증권의 작년 연결기준 연간 당기순이익은 2063억원으로, 전년 대비 65.3% 감소했다. 하나금융지주 산하 하나증권 역시 동기간 75.1% 감소한 1260억원에 그쳤다. 반면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신한투자증권의 순이익은 4125억원으로 전년 대비 28.6% 증가했다. 작년 7월 여의도 사옥을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한 일회성 이익(세전 기준 4438억원)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이를 제외한 연간 영업이익은 1200억원이었는데, 전년 대비 79.5% 줄어든 수치로서 여타 금융그룹 산하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영업성과는 부진했다.
금융그룹 산하 증권사들의 부진은 작년 한 해 지속된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증시 악화 영향이 컸다. 금리가 높아지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줄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 증시를 일제히 떠났다.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등 리테일뿐 아니라 투자금융(IB), 자산관리(WM) 등 다른 수수료 사업 부분 실적도 악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증권사가 보유한 주식, 채권 등 자산 평가 손실도 심각했다. 특히 작년 10월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는 증권사들의 주 수익원이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3사의 4분기 영업이익, 순이익은 모두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3사의 작년 4분기 합계 영업손실은 4690원, 당기순손실은 4148억원이었다.
3사가 가졌던 금융그룹 내 비은행 부문 계열사 ‘맹주’로서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KB증권의 순이익은 KB손해보험(5577억원), KB국민카드(3786억원), 푸르덴셜생명(2503억원), KB캐피탈(2171억원)에 모두 밀렸다. 하나증권 역시 하나캐피탈(2983억원), 하나카드(1920억원)에 비해 부진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신한카드(6414억원), 신한라이프(4636억원)에 미치지 못했으며,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없었다면 신한캐피탈(3033억원) 등에 역전당했을 수도 있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확히 어느 사업 부문에서 얼마나 손실이 컸는지는 정기 사업보고서가 공시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현시점에서 자세하게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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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첫 번째)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왼쪽 두 번째)김성현 KB증권 대표, (왼쪽 세 번째)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오른쪽)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 |
이에 금융그룹에서도 증권사 CEO 교체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기존 하나증권 대표직을 겸했던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그룹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강성묵 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자산운용 전문가가 부임한 만큼 기존 IB에 편중된 하나증권의 사업 부문이 다각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나증권의 연말 조직개편 내용을 살펴보면 IB 조직 효율화와 함께 WM, 리테일, 리스크관리 부서를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또한 신사업 영역을 개척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하나증권은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 사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기존 이영창, 김상태 공동대표 체제에서 김상태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됐다. 이 대표가 맡았던 사모펀드 부실 사태 수습이 일단락된 만큼,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김 대표 체제로 지휘 체계를 일원화한 것이다. 김 대표가 업계에서 ‘IB 전문가’로 불리는 만큼 IB 영업력 강화가 기대된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은 작년부터 시작된 ‘법인 생태계 구축’을 중심으로 한 경쟁력 강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 및 고액 자산가 중심 WM 고객 유입을 활성화해 이들이 IB 신규 고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토큰 증권(STO) 유통 플랫폼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는 등 새롭게 열릴 시장에도 면밀히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사 가운데 KB증권만이 유일하게 대표가 바뀌지 않았다. 작년 각각의 사업 부문에서 KB증권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만큼, KB금융에서는 여전히 박정림, 김성현 대표에 대한 신임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지난해 IB 부문에서만 4개 주요 부문(DCM, ECM, M&A, 인수금융) 업계 최상위 지위를 차지했고, 기관영업 부문에서도 액티브, 패시브 주식 위탁 시장 점유율 1위, 국제영업 역대 최고 수익 및 점유율을 달성한 바 있다. KB증권은 올해도 작년의 사업 성과를 이어가면서, 강력한 점유율을 자랑하는 MTS 중심으로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등 금융투자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 실적 부진이 심각해 보이지만, 지난 2020년, 2021년이 비정상적 호황이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올해 많은 증권사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비즈니스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