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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에 카카오에 이어 하이브까지 참전하면서 확전(擴戰) 양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와 하이브 모두 지적재산권(IP) 확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국내 엔터산업이 어떻게 재편될지 관심을 모은다.
◇ SM엔터 집안싸움에 카카오-하이브 가세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수만 전(前) 총괄 프로듀서가 창업한 SM엔터테인먼트를 두고 엔터테인먼트업계 후발주자 카카오와 하이브가 지분 확보 전쟁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가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SM엔터의 주요 주주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겠다며 나선 것이다.
지분전쟁의 배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앞서 이 전 총괄은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매년 수백억원의 인세를 받아왔는데, 이를 두고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의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결국 SM엔터 이사회는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조기 종료했고, 이 전 총괄의 입지 역시 크게 흔들리게 됐다. 이달 3일에는 SM엔터의 경영진이 이 전 총괄의 독점 프로듀싱 체계에서 벗어나겠다고 전격 발표하며 내분은 더 격화됐다.
SM엔터 집안싸움이 확전된 건 SM엔터 이사회가 지난 7일 카카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다. 이 전 총괄은 SM엔터 지분 18.4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카카오 유증 이후에는 지분율이 더 떨어지게 된다. 이에 이 전 총괄은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고, 이어 자신의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기기로 하면서 ‘얼라인+SM엔터 경영진+카카오’ vs. ‘이 전 총괄+하이브’의 구도가 형성됐다.
◇ 카카오 이어 하이브까지…SM엔터에 눈독 들이는 이유
당초 카카오와 하이브는 SM엔터의 최대주주인 이 전 총괄의 지분에 관심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플랫폼은 있지만 콘텐츠에 목마른 카카오와 BTS(방탄소년단) 외 다른 IP 파워가 빈약한 하이브에게 화려한 스타 IP를 보유한 SM엔터는 탐나는 대상일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2020년부터 SM엔터 인수를 추진해왔지만, 매각 조건 등이 맞지 않아 협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급기야 SM엔터 내 집안싸움까지 빚어지자, 이 총괄과 지분 거래 대신 현 경영진과 손을 잡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브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도 이 전 총괄 프로듀서와 일찍부터 물밑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지분 인수설을 공시한 지 단 하루 만에 인수 사실을 공표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 전 총괄은 라이크기획을 통해 받기로 했던 수수료도 받지 않고, 개인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SM관계사들의 지분도 정리해 SM엔터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협조하기로 했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카카오 반격 나서나
현재로서는 하이브를 등에 업은 이 전 총괄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SM엔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등으로부터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이 자금을 동원해 지분 인수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SM엔터의 지분 4.2%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게임사 컴투스에도 이목이 쏠린다. 앞서 컴투스는 지난해 10월 말 SM엔터에 투자해 지분을 취득한 바 있다.
송재준 컴투스 대표는 지난 10일 실적발표이후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SM엔터에 대한) 추가적인 지분 취득 계획은 없다"면서도 "향후 당사 의결권 행사가 필요하다면 주주이익, 사업영역인 컴투버스, 엑스플라 등 영역에서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