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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시공권 포기' 주시하는 금융권...부동산PF '살얼음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12 09:49

1분기 중 만기 도래 부동산 ABCP 32조원, 88.1% 달해

올들어 부동산PF 차츰 재개, 대우건설 브릿지론 문제 '시한폭탄'



부동산 부실공포 '뇌관' 우려, 고금리 지속도 부담

당국 PF리스크 점검 강화...일각선 "정책효과 있을 것"

부동산

▲부동산 PF 부실위험에 대한 공포감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대우건설이 울산 동구 일산동 푸르지오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에 대해 대위변제를 진행하면서 연초 조금씩 풀리던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도급 순위 6위인 대우건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시공권을 포기한 것은 부동산 PF 시장에 대한 전망을 극도로 안 좋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아직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부동산 시세 하락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올해 상반기 대우건설과 유사한 디폴트 사례가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잔액 36조4000억원 가운데 1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만 3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발행 잔액 가운데 88.1%에 해당하는 수치다. 증권사 CP 발행잔액 36조7000억원 가운데 1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은 19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52.4%를 차지한다.

한은은 지난달 중순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1분기 중 만기 도래 규모는 큰 편이지만 시장 안정화 조치 지원 여력이 남아있고, 연초 투자자금 집행 등이 가세해 CP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늘고 있어 회복세는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점쳤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건설산업의 주요 자금줄인 부동산 PF 대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심각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선순위 담보대출이나 우량 물건 위주로 PF 대출을 진행하는 분위기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는 PF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선순위 담보대출, 차주 신용도가 우량한 물건 위주로 대출을 조금씩 검토하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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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단기사채 포함) 만기 도래 현황.(자료=한은 1월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


그러나 최근 대우건설이 울산 동구 일산동 푸르지오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의 후순위 대출 보증(브릿지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행사 측에 시공권 포기를 통보하면서 부동산 PF에 대한 공포감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울산시 동구 일산동에 총 480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지난해 시행사가 토지 매입, 인허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브릿지론으로 증권사, 캐피탈사 등에서 약 1000억원을 조달했다. 대우건설은 이 중 440억원을 보증하고 1600억원을 공사비로 받기로 했는데, 금리와 공사비 인상, 시장 침체 등을 고려할 때 미분양으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올 게 왔다’는 반응이다. 부동산 PF 사업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말에 만기가 도래한 PF가 많았는데, 부도 처리를 하게 되면 시행사, 시공사, 금융사 등 업계 전반에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본PF로 넘어가기 전에 브릿지론으로 3~6개월 연장하는 분위기였다"며 "이미 시장에 올해 상반기 중 부도 처리되는 PF가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대우건설이 첫 번째로 손절하고 나온 셈"이라고 했다.

금융권은 대우건설의 울산 주상복합 브릿지론 대위변제와 같은 사례가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등 PF 시장을 둘러싼 녹록치 않은 환경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우건설이 해당 사업을 대위변제한 것은 가뜩이나 살얼음판이었던 부동산 PF 부실 공포에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도급순위 5~6위권의 상위권 회사인 대우건설이 자발적으로 손실을 감수하고 해당 사업에서 철수했다는 것은 부동산 PF 시장에 대한 전망을 그만큼 안좋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다른 시장 참여자들까지도 PF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이라고 밝혔다. 단기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부동산 사업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PF를 일으키는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금리가 오르면서 마진을 남기는 것이 너무 힘든 구조가 됐다"며 "PF 사업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부동산발 시장 위험 확산에 대비해 PF사업리스크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과거처럼 해당 사태가 PF 시장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유관기관 고위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각종 정책수단을 통해 일부 사업장에 대한 부실 우려가 전체 PF 사업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당국과 금융권 모두) 부동산 PF에 대한 리스크 관리, 노하우 등이 상당 부분 축적된 만큼 예전처럼 문제가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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