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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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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선점하자"…증권사, 새 먹거리 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0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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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토큰증권(STO) 서비스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STO의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증권사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면서다. 다만, STO 거래 활성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격적으로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입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TO 서비스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지난해 1월 업계 첫 토큰 증권 사업을 전담으로 하는 디지털자산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은 안정적인 STO 사업구조 확보를 위해 복수의 조각투자업자와 업무협의도 진행했다. 현재는 한국토지신탁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신탁수익증권 방식 STO 솔루션 제공 및 계좌관리기관 서비스제공을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올해는 미래에셋증권의 디지털자산 비즈니스 사업화 원년으로 우선 경쟁력 있는 STO/계좌관리 플랫폼 구축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투자 경험 및 투자 범위 확장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향후 토큰 사업의 혁신성을 다양한 금융상품에 접목하는 시도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이 넘버원 글로벌 투자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한투자증권은 STO 얼라이언스(민간협의체) 구축에 나섰다. STO 얼라이언스는 토큰증권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안전한 자산을 토큰화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함께 협업하는 조직을 표방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업권에 상관없이 관심 있는 기업을 모집해 토큰증권 발행 및 거래를 위한 표준 사례를 설정하고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STO 얼라이언스 회원 기업들은 토큰증권 발행에 관련된 비용을 절감하고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자금을 모집, 토큰증권의 유통 솔루션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키움증권도 자사 모바일트레딩시스템(MTS)인 영웅문s에서 STO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카사·뮤직카우·페어스퀘어랩 등 9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조각투자 플랫폼 사업 계획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플랫폼 관련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를 인수하기로 했다. 카사코리아 지분을 과반수 매입하고, 이달 중 인수 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카사코리아는 부동산 신탁회사가 발행한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을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계약 기술을 통해 투자자들이 서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한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 토큰 증권 플랫폼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개발하는 등 선제적인 준비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STO 플랫폼 개발·시험도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지갑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STO의 발행과 유통을 허가하는 내용을 담은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의 기반인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증권을 토큰화한 것으로 이를 통해 부동산이나 고가의 미술품에 대한 소유권을 쪼개 파는 ‘조각투자’가 가능하다.

발행의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만이 토큰증권을 직접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요건을 갖춘 발행인은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이 돼 증권사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토큰 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요건을 못맞추더라도 기존 전자증권처럼 증권사를 통해 토큰증권을 발행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구체적인 요건은 하위법령 정비 후 정해질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STO가 본격 적용되면 전통적인 증권 발행으로 자본을 조달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증권업 특성에 잘 맞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증권사에게는 새 먹거리로 충분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의 시작과 본질은 중개여서 STO는 이러한 증권사의 핵심 취지에 적합한 상품"이라며 "STO 시장은 자본시장법 내에서 거래 가능한 상품의 수가 무한대로 늘어나기 때문에 증권사에 상당한 기회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조각투자와 장기투자의 흥행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수익성이 나타날 때 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증권사들은 당장 STO 서비스 구축을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하기 보다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전략적으로 사업 진출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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