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8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김하영

hay1015@ekn.kr

김하영기자 기사모음




[K-스타트업의 도약 25] 포자랩스 “AI로 영화·게임 음악 10분 이내 완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16 06:20

AI솔루션 디오, 기본요소·장르 입력 음원 작곡
작업 단축, 표절시비 차단…대기업 투자 참여
유튜버 겨냥 '월1만원대' 구독 서비스도 출시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 사진=김하영 기자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 사진=김하영 기자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K-스타트업 미니컷 550
[에너지경제신문 김하영 기자]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배경음악이다.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극 중 주인공이 사랑에 빠졌을 때 등 시청자들이 작품에서 의도하는 상황과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한 편의 영화에 사용되는 수많은 배경음악을 사용하기 위해서 수십 곡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이 직접 곡을 만들려면 짧게는 3~4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이 걸린다. 또한, 원하는 분위기의 곡이 안 나온다면 수정하는 데 또 다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여러 작곡가들에게 의뢰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소모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지난 2018년 1월 설립한 ‘포자랩스’는 인공지능(AI) 작곡 솔루션 기술을 보유한 AI 음악 스타트업이다.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는 "어릴 때부터 AI에 관심이 많아 대학교에서도 전공을 했는데, 대학교 동기들과 팀으로 SM엔터테인먼트ㆍ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에 참여해 좋은 성적을 냈다"면서 "이 때 AI를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기술이 굉장히 필요한 기술이 될 수 있고, 내가 잘할 수 있겠다고 느껴서 시작했다"고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포자랩스의 대표 기술은 작곡할 수 있는 AI 엔진 ‘디오AI’이다. 디오는 영화나 드라마에 사용되는 배경음악부터 게임, 광고, 각종 영상콘텐츠에 필요한 음악을 만들어 준다. 힙합, 어쿠스틱, 록, 재즈, EDM 등 장르 구분하지 않고 모든 곡 제작에 능숙하다. 작곡 실력은 물론 속도도 빠르다. 원하는 장르와 분위기를 입력한 후, 3~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한 곡이 완성된다.

허 대표는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곡할 수 있도록 음악의 객관화에 주목했다. 허 대표는 "보통 사람들은 음악이 주관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슬픈 분위기, 행복한 분위기에는 다 원칙이 존재한다"며 "원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를 찾고, 데이터화해 AI가 그 부분을 인지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디오의 장점은 실용음악을 전공하거나 화성학을 공부한 12명의 작곡팀원들이 AI가 곡을 쓸 수 있도록 화성·리듬·멜로디 등을 입력해 가르친다. 직접 창작한 곡들로 AI를 학습시키기 때문에 기성곡으로 학습시킬 때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작곡에 있어서 가장 민감한 문제인 ‘표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DSC02464

▲포자랩스 직원들이 ‘디오AI’를 이용해 작곡하고 있다. 사진=포자랩스

허 대표는 기존 AI작곡 기업들과 차별점으로 "기존 AI 작곡 업체들은 작곡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포자랩스는 작곡 뿐 아니라 음악을 만드는 전체 과정에 집중했다"고 소개하면서 "작곡 다음 사운드를 입히는 과정, 편곡, 믹싱, 마스터링 등 모든 단계에서 조화가 이뤄져야 완성된 음악이 나온다"고 말했다.

포자랩스는 기업들의 요청에 맞춰 곡을 제작하고, 판매한다. 방송사, 게임사, 광고사 등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요청이 들어온다. 방송사의 경우, 드라마 한 편만 하더라도 많은 곡이 필요하다. 음악을 담당하는 직원은 여러 작곡가들과 곡 설명, 수정작업 등 소통을 진행해야 하지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포자랩스에 의뢰하면 빠르게 원하는 곡을 만들 수 있다.

이같은 기술력을 주목한 CJ ENM은 지난해 10월 포자랩스의 2대 주주에 올랐다. 네이버·본앤젤스·KB인베스트먼트 등 다른 기업들도 수십억 원의 프리 시리즈A(시리즈A 전 단계) 투자를 받았다.

포자랩스는 유튜브 창작자들을 비롯한 영상 제작자의 수요를 파악해 지난해 6월 AI 배경음악 구독 서비스 ‘비오디오(viodio)’를 선보였다. 비오디오는 AI가 유튜브 영상에 배경음악으로 사용할 곡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영상 제작자들은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용 방법도 쉽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원하는 장르의 곡을 고르면 된다. 매주 10~20곡씩 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할 수 있는 음악들도 계속 많아진다. 이용료는 곡 수 상관없이 월 1만원대이다.

허원길 대표는 "올해 안에 작곡가를 위한 플랫폼 출시와 함께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해보려고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포자랩스를 통해 음악 전문가, 비전문가 상관없이 전 세계 누구든지 자신들만의 이야기와 추억이 담긴 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비오디오_대표 이미지

▲비오디오(viodio). 사진=포자랩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