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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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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1조 매출' 글로벌 블록버스터 청신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07 07:00

유럽종양학회서 폐암신약 '렉라자' 단독용법 임상3상 공개



6조원 1위 얀센 '타그리소'보다 아시아인 우수한 효과 입증



얀센 美FDA에 병용요법 신청낼듯…국내 1차 치료제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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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5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회의(ESMO Asia Congress 2022)에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결과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ESMO Asia Congress 2022 공식 홈페이지 캡쳐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유한양행이 연매출 1조원 의약품인 ‘글로벌 블록버스터’ 국산 1호를 탄생시키기 위한 청신호를 켰다.

6일 유한양행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 5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회의(ESMO Asia Congress 2022)에서 유한양행의 3세대 ‘비(非)소세포 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1차 치료제(단독요법)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이 발표를 맡은 이번 임상 결과에 따르면 과거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의 13개국 총 393명의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렉라자를 투약해 시험한 결과 가장 중요한 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암이 악화되지 않으면서 생존하는 기간)’ 중앙값이 20.6개월로 나타났다.

비교 대상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정(성분명 게피티니브)’ 9.7개월과 비교하면 암의 진행을 약 11개월 더 멈출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전에 치료받은 적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한 만큼 1차 치료제로서의 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더욱이 렉라자는 EGFR 돌연변이 비중이 유전적으로 서양인보다 높은 아시아인 환자의 경우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20.6개월)이 글로벌 EGFR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점유율 1위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16.5개월)보다도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이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비(非) 아시아인 렉라자 투여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도출되지 않았다. 또한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을 나타내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생존 중인 임상 환자가 많은 만큼 내년 말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타그리소는 지난해 약 6조5500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려 허가 3년만에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했다.

특히 폐암의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에서 더 발생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렉라자가 아시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타그리소에 우위를 차지한다면 연매출 1조원 이상은 무난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관건은 유한양행으로부터 렉라자를 기술수입(라이선스인)한 얀센의 미국 FDA 허가 신청 일정에 관한 전략이다.

업계는 얀센이 보다 확실한 효능과 시장장악을 위해 자사의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리브레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과 렉라자와의 병용요법을 FDA에 허가 신청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리브레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시험 결과는 내년 말에나 나올 예정이라 병용요법의 FDA 허가신청은 빨라야 오는 2024년에나 가능하다.

다만, 렉라자가 병용요법은 물론 이미 단독요법에 대해서도 효과를 입증한 만큼 렉라자 단독요법의 글로벌 허가신청 여부는 얀센과 유한양행의 논의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한양행은 현재 국내에 2차 치료제(1차 치료제 투약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투약하는 치료제)로 허가돼 있는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변경하는 신청을 내년 1분기 중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낼 계획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중에 식약처에 렉라자정의 1차 치료 적응증 추가를 위한 심사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번 다국가 임상 3상의 성공을 통해 전세계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새로운 1차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증권가 일부에서는 얀센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리브레반트와의 병용요법, 아시아 등 비 선진국 시장에서는 렉라자 단독요법을 중심으로 출시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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