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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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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2위 '바이오 대결'…삼바 '함박웃음', SK바사 '의기소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7 17:00

삼바, 3분기 누적 매출 2조 첫 돌파...SK바사는 78% 급감 '역기저'
나란히 임기 1년여 남겨놓은 존림·안재용 두 CEO 내년 전략 관심
삼바 "초격차 CDMO 집중" vs. SK바사 "콤보·범용 백신에 승부수"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사진=각사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재계 서열 1, 2위(자산총액 기준) 삼성과 SK의 간판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실적이 엇갈리고 있다.

더욱이 두 회사의 CEO(최고경영자)인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똑같이 잔여임기 1년여를 남겨두고 있어 올해 경영실적과 내년 사업 여부에 따라 두 수장의 향후 거취도 달라질 것으로 보여 바이오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3분기 매출 911억원, 1~3분기 누적 매출 31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3분기 매출은 58.7%, 1~3분기 누적 매출은 33.8% 줄었다. 영업이익도 올해 3분기 214억원, 1~3분기 누적 106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나란히 78.7%, 51.7% 감소하며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팬데믹 2년차였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전년동기 대비 각각 312%, 1158% 크게 늘어난 9290억원, 4742억원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달성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글로벌 방역대응이 엔데믹 전환과 함께 속속 일상회복 단계로 접어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년 전보다 급감하는 ‘역(逆)기저 효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지난 9월 출시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접종률이 기대보다 낮고 해외 긴급사용승인도 지연되고 있는 점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 부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한다.

반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매출 8730억원, 1~3분기 누적 매출 2조358억원을 기록해 사상 첫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3분기 3247억원, 1~3분기 누적 6708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동기 대비 94.0%, 64.2% 치솟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1조568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에는 2011년 창사 이래 첫 ‘매출 2조 클럽’ 가입을 3분기만에 확정지었다.

이같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상승은 주력사업인 위탁개발생산(CDMO)의 수주물량 증가로 생산시설을 완전가동한 게 주효했다. 지난달 단일 바이오의약품 공장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인천 송도 제4공장까지 준공해 지속성장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재계 1, 2위에 반도체사업에서 경쟁관계인 두 거대 바이오회사의 실적이 희비를 교차하면서 CEO들의 위상과 평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과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둘 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나란히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고, 취임 첫 해인 지난해 자사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올해 실적 마감을 한 달 여 앞둔 시점에서 두 회사의 경영성적이 크게 엇갈려 두 CEO가 남은 임기 1년 3개월여 동안 어떤 경영전략을 구사할 지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그룹 총수인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이 직접 바이오산업을 미래 그룹 먹거리로 지목하고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안 사장과 존 림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 보인다.

SK그룹은 1980년대부터 ‘혁신신약 개발’을 기치로 내걸고 제약바이오사업에 투자한 이래 케미칼의약품 전문 SK케미칼(생명과학부문), 혁신신약 전문 SK바이오팜, CDMO 전문 SK팜테코, 혈액제제 전문 SK플라즈마, 항생제 전문 SK바이오텍 등 제약바이오 계열사를 두고 있다.

2018년 설립된 백신 전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다른 계열사에 비해 연혁이 짧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SK그룹을 대표하는 바이오 계열사로 급부상했고,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등 K-바이오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삼성그룹도 같은 장치산업인 반도체 역량을 활용해 의약품 CDMO 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생산시설을 둘러보는 등 바이오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따라서, 존 림 사장은 제4공장 가동개시를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세계 1위 CDMO 기업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역량, 나아가 혁신신약 개발 역량을 키워 글로벌 빅파마로의 도약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안재용 사장 역시 ‘코로나 특수’가 일단락된 만큼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등 코로나 기간동안 일시 중단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존 백신사업을 정상 가동해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는 동시에 코로나·독감 등 광범위하게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범용백신 개발에 주력할 전망이다.

나아가 안 사장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신규사업을 확대하고 안동 ‘L-하우스’ 증설, 인천 송도 ‘글로벌 R&PD 센터’ 설립 등 인프라를 확충해 글로벌 백신 전문회사로 도약하는 토대를 다지는데 남은 임기 열정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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