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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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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데믹 오면 또 '감기약 대란'?…제약사 대응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3 06:00

동아 판피린·대원 콜대원 등 생산라인 100% 이상 가동



보건당국 제약사 지원·재고량 공개 대응 불구 "역부족"



약가인상 생산량 추가 유도에 "내년 1월이후 가능"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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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약국에서 약사가 감기약을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방역당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와 겨울철 독감의 동시유행(트윈데믹)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겨울 ‘감기약 대란’이 재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제약사들은 감기약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윈데믹이 현실화될 경우 보건당국의 추가 생산량 확보 움직임이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와 제약업계의 약가 인상이 감기약 생산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3일 회의를 열고 아세트아미노펜 보험약가 인상을 의결할 전망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18일 개최한 ‘약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올 겨울 감기약 수급안정을 위해 △수급현황 모니터링 지속 △제약사 현장지원 △약가 인상 등 세가지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19개 품목에 대해 약가 인상을 결정했다. 나아가 심평원은 21일부터 일반의약품 감기약 84개 품목에 대해 도매상의 보유추정 재고량, 도매상 연락처 등 정보를 의약품관리종합정보포털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건당국의 조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우선 이번 약가 인상은 제약사와의 협상절차 등을 거쳐 빨라야 내년 1월께나 적용될 수 있다. 약가 인상 대상을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아세트아미노펜’에 한정한 것도 다른 성분의 감기약 생산을 위축시킬 수 있다.

더욱이 현재 국내 제약사들은 이미 올해 내내 감기약 생산라인을 100% 또는 초과로 가동하고 있다. 올해 봄 감기약 대란 때 주 52시간 근무 일시 해제, 생산인력 여름휴가 반납 등을 강행했던 제약사들은 올 가을부터는 겨울철 호흡기질환 유행 등으로 가동률을 더 높였다.

지난 18일 약의 날 심포지엄에서 부광약품의 일반의약품 아세트아미노펜(타세놀 정) 증산 현황을 발표한 장판선 부광약품 이사는 "2019년 97만정 생산했던 아세트아미노펜(타세놀)을 2020년에는 236만정, 지난해에는 7835만정 생산했고 올해에는 8000만정 생산할 예정"이라며 "올해 생산량은 2020년에 비해 34배, 코로나 이전에 비해 80배 증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의 액상형 감기약 ‘판피린’ 생산공장인 동아제약 천안공장은 원래 분기 가동가능시간이 총 1464시간인데 올해 3분기에는 총 1864시간을 가동했다. 올해 3분기 판피린 생산라인 가동률이 100%를 넘은 127%로, 3분기 내내 매일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이상을 가동한 셈이다. 판피린 생산량 역시 올해 1~3분기 누적 8949만병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생산량 8112만병을 넘어섰다.

대원제약의 진해거담제 ‘코대원’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총 47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4배 늘었다. 특히 감기약은 계절 특성상 1분기에 비해 2·3분기 매출이 감소하지만 올해에는 1분기 106억원, 2분기 164억원, 3분기 205억원으로 갈수록 늘었다. 대원제약의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은 현재 3분기 매출 집계 중이다.

이밖에 ‘판콜’의 동화약품, ‘부루펜’의 삼일제약 등도 이미 감기약 생산라인을 완전가동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 생산시설을 감기약 생산용도로 전환하면 그만큼 다른 의약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그동안 보험약가가 전반적으로 모두 낮았던 감기약의 생산시설을 단기간에 증설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가 도매상 등의 감기약 매점매석 단속, 제약사 생산독려와 행정지원 등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진해거담제 등 감기약 원료를 생산하는 화일약품 공장이 지난 9월 화재로 생산을 중단한 것도 악재다.

감기약 생산 제약사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아세트아미노펜은 상대적으로 수급이 안정적이지만 같은 생산라인을 사용하는 조제용(전문의약품) 아세트아미노펜 공급은 차질이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올 겨울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공정 개선, 주성분 제조원 추가 등을 통해 증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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