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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금융당국, 특수기관, 시중은행, 증권사 등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기업어음(CP) 시장이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경색 조짐이 일부 완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14일 "금융당국이 10월 23일 유동성 경색에 본격적으로 대응한 지 3주의 시간이 경과됐다"며 "50조+α 유동성 공급 이후로도 한국은행의 간접 유동성 지원과 5대 금융지주의 95조원 자금 지원 등 후속 대책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레딧물의 스프레드는 단기 초우량물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며 "특히 한전채 중심의 공사채와 은행채는 적격담보증권 대상으로 확대된 영향으로 유찰 축소와 더불어 중단 수준에 이르렀던 유통도 재개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미 단기자금시장을 중심으로 경계심리가 높아진 탓에 CP 금리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연구원은 "지금의 신용 시장 상황은 ‘안정을 되찾았다’기 보다는 ‘아직 불안하지만 최악은 넘겼다’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시장을 통한 직접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업의 자금 수요가 은행권 차입으로 쏠리고 있는 경향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올해 10월 은행의 대출 증가액은 13조7000억원으로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시중은행은 기업의 유동성 지원뿐만 아니라 당국의 권고 이후 은행채 발행을 줄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주간 광주은행, 전북은행 각 1000억원 발행을 제외하면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은 전무했다"며 "4대 은행이 한전에 2조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면서 초우량 신용채로 흡수되던 시중유동성이 일반 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CP 시장도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경색 국면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김 연구원은 내다봤다. 지난주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증권금융과 더불어 자금 여력이 있는 9개 대형 증권사가 500억원씩 각출해 현재 시장에서 가장 기피하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에 대한 차환 발행을 지원할 예정이다. 규모는 총 2조8000억원으로, 차주부터 매입이 시작된다.
김 연구원은 "금융당국을 비롯해 특수기관, 시중은행과 증권사까지 연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담하고 있다"며 "이미 신용 위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현재 훼손된 투자심리는 단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내년 연초 시장 내 자금 유입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 위기 국면을 넘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