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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11일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는 조용병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지만 금융권의 외풍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분위기를 주시할 필요도 있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연임 기로에 서 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조기 사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중징계 결정으로 금융권에 외압 논란이 거세다. 당정에서 금융지주사 회장 연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친정부 인물을 앉히려는 신호를 보낼 경우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교체 바람이 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 신한금융 회추위 가동…재일교포 주주, 조 회장 연임엔 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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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일정.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시작했다. 앞선 2019년 회추위가 11월 15일 시작된 후 12월 13일에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12월 초중순께 최종 후보자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조용병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잇따라 기록했고, 지난 3분기에는 누적 기준 KB금융지주보다 높은 순이익을 내면서 리딩금융을 꿰차는 성과를 냈다.
여기에 재일교포 주주들과 이사회가 조 회장에 힘을 싣고 있다.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대주주가 있어 비교적 외압으로부터 지배구조가 독립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신한금융 모태인 신한은행이 재일교포 자금을 바탕으로 설립이 된 만큼 여전히 신한금융에서는 재일교포 주주 지분이 가장 많고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재 신한금융의 재일교포 지분은 약 10∼13%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단일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8.22%)의 지분율보다 높다. 회장 선임을 위해서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하기에 주주들 신임을 얻는 인물이 최종 후보자로 추천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좋은 성과를 쌓아 올린 조 회장이 유리하다.
회추위도 조 회장에 손을 들어준 적이 있다. 앞서 2019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조 회장이 채용비리 관련 법적 리스크가 존재했을 때도 회추위는 "법률 리스크는 이미 회추위에서 충분히 따지고 확인했다"며 만장일치로 조 회장의 연임에 찬성했다. 조 회장이 2017년 취임한 후부터 보여준 경영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을 보고 조 회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올해 조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으며 법적 리스크를 모두 떨쳐냈고 2019년보다 연임에 대한 부담이 더 줄어든 상태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성재호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두고 있고, 곽수근, 배훈, 이용국, 이윤재, 진현덕, 최재붕 사외이사가 포함돼 총 7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배훈, 진현덕 사외이사가 재일교포 관련 사외이사란 점도 눈에 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경우 과거에도 그랬고, 회장 선임 등의 과정에서 외부 입김에 크게 흔들린 적은 없었다"며 "이번에도 회추위가 독립적으로 회장 선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12월 연임 기로…"관치금융, 과거로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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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금융지주. |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도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연임 가능성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손 회장은 신충식 초대 회장을 제외하고 첫 번째로 내부에서 발탁된 인물이다. 취임 후 농협금융의 실적 상승을 이끌었고 아직 2년의 임기밖에 채우지 않은 데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최근 금융지주에 불어닥친 외압 논란에 손 회장 거취도 확신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종 정책·기관자금을 관리하는 농협금융의 성격상 정부와 관련이 있는 관료 출신 인물이 새로 선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관치 논란에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는다. 최근 김지완 BNK금융 회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아들 특혜 의혹 등에 5개월 조기 사임하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금융위원회에서 중징계를 확정 받으며 연임에 제동이 걸리자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상 당정에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여하려고 하면 당국 아래에 있는 금융사들은 독립성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권에서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3연임 자체를 문제 삼을 수도 있고, 그동안 발생했던 다양한 리스크들을 꺼내 들며 연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조용병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금융사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는데, 금융인들의 심경을 담은 것"이라며 "금융사들마다 자체적인 승계 프로그램이 있고 내규에 맞게 CEO(최고경영자)를 선임하고 있다.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입과 외압을 통한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