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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관련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으면서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다른 증권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실상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CEO에 내린 중징계에 대해 금융위원회도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사 CEO 중징계의 주요 배경인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의 경우 아직 손 회장과 금감원 간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연말 CEO 인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내부통제 논란 비껴간 금융위...손 회장에 ‘라임펀드 부당권유’ 적용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전날(9일) 손 회장에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를 이유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린 점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는 전날 정례회의에서도 사모펀드 중징계의 핵심인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불완전판매만 적용했다. 현재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소송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해서는 금융위도 판단을 보류한 것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업계 안팎에서는 증권사 CEO에 대한 제재안이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020년 11월 당시 라임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김형진·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박정림 KB증권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에 각각 중징계를 내렸다. 박정림 사장은 문책 경고를, 나머지 CEO에는 직무 정지 상당의 처분을 내렸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옵티머스사태 관련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문책경고의 제재를 결정했다. 문책경고와 직무정지는 금융사 취업을 3, 4년간 제한하는 중징계다. 중징계를 받은 CEO는 남은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은 불가능하다. 증권사 현직 CEO 가운데 박정림 사장은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정영채 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2024년 3월 1일까지다.
◇ ‘내부통제 의무 위반’ 증권사 CEO 최종 제재 시간 소요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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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림 KB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
이들 CEO에 대한 제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야만 확정된다. 다만 금융위는 비슷한 사안인 내부통제 부실 관련 손 회장과 금감원 간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권사 CEO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도 보류하고 있다. 금융위가 전날 정례회의에서 손 회장 중징계에 대한 근거로 내부통제가 아닌 부당권유를 앞세운 것은 이러한 법적 판단을 염두에 둔 것이다. 손 회장은 2020년 3월 DLF 사태 관련해 금감원을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1심,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이 라임사태 관련 중징계를 받은 핵심은 부당권유이고, 증권사 CEO는 내부통제 마련 의무 위반이 주요 쟁점"이라며 "증권사 CEO에 대한 금융위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은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증권사 CEO에 대한 제재 결론 역시 유보할 수밖에 없다"며 "연내 증권사 CEO 제재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금감원장 "외압은 없다"...금융권은 ‘물음표’
특히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손 회장에 중징계를 내린 것은 사실상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에 무언의 압력을 넣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날(10일) 손 회장의 중징계 건에 대해 "지금 같은 경우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그런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당사자께서도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발언은 손 회장이 당국을 상대로 또 다시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보다는 당국의 제재 결과를 수용하라는 의도로 비춰진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이미 DLF 사태에서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중징계 건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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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금융권 안팎에서는 갑작스럽게 금융위가 손 회장에 중징계를 내린 것은 우리금융지주 CEO 자리를 노리는 외부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물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원장은 손 회장 중징계에 대해 "정치적 외압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러한 발언에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갑작스럽게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에 대한 제재안을 의결한 것은 우리금융 CEO 자리를 노리는 이들과 손발을 맞춰준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DLF 사태에 대해 법적대응에 나선 우리금융지주가 이번 라임 사태 건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수용한다면 일관성 측면에서 맞지 않다"며 "이번 중징계 건도 당국을 상대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