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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림돌 없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계열사 인사 기조 촉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14 16:05

함 회장 취임 후 이뤄지는 첫 계열사 CEO 인사

'부회장 겸직' 이은형 대표 연임 무게



하나은행장, 함 회장 재신임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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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NH농협금융을 시작으로 금융권의 인사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 CEO 인선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각종 난관을 딛고 취임에 성공하며 그룹의 인사를 진두지휘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그러나 현재는 함 회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만큼 이번 인사를 신호탄으로 함 회장의 색깔과 하나금융그룹의 미래 비전, 지배구조 방향성 등도 보다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 하나銀 등 주요 관계사 CEO 임기 만료, 함 회장 의중 관건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내년 2월께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등 관계사 대표이사 사장 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함 회장의 의중이다.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사내이사인 함 회장과 위원장인 이정원 사외이사, 백태승 사외이사, 박동문 사외이사 등 4인으로 구성됐다.

이번 인선은 함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그룹 내부적으로 관심도가 크다. 함 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공식 선임되기까지 채용혐의 등 사법리스크가 컸던 탓에 취임 직후에도 계열사 인사에 전면 나서기 어려웠다. 다만 함 회장이 취임 이후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인선을 필두로 하나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다 정교하게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 박성호 하나은행장, 임기 만료 관심...이은형 부회장 연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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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하나은행장(왼쪽),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이사.


이렇듯 외부에서 보여지는 함 회장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하나금융지주 임추위가 올해 2월 주요 계열사 CEO 인선을 마무리한 탓에 내부적으로 계열사 CEO 인선을 전면 단행할 요소는 많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박성호 행장, 이은형 부회장의 경우 김정태 전 회장이 발탁한 인사이긴 하나, 현재까지도 그룹에서 갖는 입지가 상당한 편이다. 이 중 박 행장은 올해 초까지 2년 연속 함 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김 전 회장 재임 시절 리더십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박 행장과 달리 이은형 부회장은 함 회장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은형 부회장은 2020년 3월 그룹 부회장에 선임된 데 이어 작년 3월에는 하나증권 새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이 부회장은 현재 그룹 내에서 유일한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함 회장은 회장 선임 직전 이 부회장과 부회장직을 함께 지냈다는 공통분모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서열로 보면 이 부회장이 사실상 2인자"라며 "함 회장과의 호흡도 나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 금융권 '리스크 관리' 부상..."안정적 리더십 절실"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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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두 CEO 모두 실적 측면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도 인사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 2조24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4%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3분기에만 1368억원의 외환거래(FX) 환산손실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하나은행의 실제 순이익은 이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행장은 작년 6월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라인과 협력해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뱅킹 서비스인 ‘라인뱅크’를 출시하는 등 하나은행의 디지털 성과에도 상당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행장의 거취를 두고 의견이 하나로 좁혀지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박 행장 재임 기간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고, 은행 내부적으로도 이렇다 할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박 행장이 교체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하나증권 대표이사 취임 이후 재무적, 비재무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하나증권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5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6%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2944억원, 순이익 28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65%, 30.5% 감소했다. 주식 거래대금 감소 등 대외적인 악재에도 리스크 관리, 전략적 시장 대응으로 타사 대비 실적 감소 폭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회사명을 기존 하나금융투자에서 하나증권으로 변경하고, 다양한 브랜드 가치 제고 활동을 벌인 점도 이 부회장의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증권은) 녹록치 않은 금융 환경 속에서도 올해 주요 증권사 중 상위권에 드는 실적을 달성했다"며 "이 부회장 특유의 낮은 자세로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재무적, 비재무적 성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함 회장의 CEO 인선에 고심을 더하는 요인이다. 함 회장 입장에서는 자칫 결격사유가 많지 않은 계열사 CEO를 교체할 경우 조직 안정, 리스크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인사에서 세대교체라는 명분으로 무리하게 전임 회장 지우기에 나설 경우, 함 회장이 재임 기간 견고한 리더십을 유지하는데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룹이 중장기적인 경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CEO의 안정적인 리더십이 중요하다"며 "지금과 같은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세대교체보다는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두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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