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재준 컴투스 대표가 지난 8월 열린 컴투스의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미디어 간담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컴투스가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의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엔터테인먼트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엔터업계에서는 컴투스가 행동주의 펀드와 갈등을 빚고 있는 SM 최대 주주 이수만 프로듀서의 지원군 형태로 참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컴투스 측은 "특정 의결권 행사 목적이 아니라 향후 성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 행동주의 펀드와 표대결 앞뒀는데… 컴투스, SM 지분 4.2% 확보
1일 컴투스는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 SM에 투자를 결정하고 전날 기준 SM의 지분 4.2%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컴투스는 지난 10월 12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SM의 지분을 수십억원씩 매입, 전체 67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M이 지난 8월 공시한 주식 소유현황에 따르면 이수만 프로듀서는 전체 지분의 18.78%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국민연금이 7.81%, KB자산운용이 5.12%를 보유 중이다. 컴투스가 SM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컴투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엔터업계가 컴투스의 이번 지분 투자에 주목하는 까닭은 SM 최대주주인 이수만 프로듀서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 간의 갈등 때문이다. 내년 주주총회에서 양측이 본격적인 표대결을 펼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컴투스가 이수만 프로듀서의 지원군 형태로 참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앞서 SM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는 SM이 라이크기획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며 지배구조를 개선하라고 공세를 펼쳐왔다. 라이크기획은 SM의 음반 자문과 프로듀싱 외주 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1997년 설립한 개인 회사다. 지난해 SM에서 라이크기획으로 흘러간 프로듀싱 라이선스 지급액만도 약 240억원으로, 지난 20여년 간 지급한 비용을 합산하면 총 14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SM은 지난달 14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SM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주요 경영진 선임도 앞두고 있다.
◇ 컴투스 "지원군 형태 참전 아냐…SM 보유한 IP 잠재력 본 것"
![]() |
▲컴투스 CI. |
엔터업계의 이같은 해석에 컴투스도 입장을 밝혔다. 풍문처럼 컴투스가 ‘백기사’로 참전하기 위해 지분을 투자한 것은 아니라는 것. 컴투스 측은 "SM의 현재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으며 향후 성장 가치가 높다는 판단 하에 이번 투자를 진행한 것"이라며 "이른바 ‘백기사’ 등 주총에서 특정 방향 의결권 행사를 목적으로 투자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컴투스를 비롯한 정보기술(IT)기업들은 글로벌 지식재산권(IP)를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경쟁적으로 벌여왔다. SM은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화를 이끈 대표적인 한류 기업으로, 정상급 스타와 글로벌 IP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컴투스 이전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SM을 인수할 기업으로 거론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네이버는 지난 4월 SM에 대한 지분 투자는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컴투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 신사업에서 SM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컴투스그룹의 계열사 위지윅스튜디오와 마이뮤직테이스트 등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위지윅은 CG(컴퓨터그래픽) 및 VFX(비주얼이펙트) 분야의 독보적 기술력을 기반으로 영화·드라마 제작은 물론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고, 마이뮤직테이스트는 팬덤 중심의 혁신적 공연 문화를 이끌며 유명 K팝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진행하는 회사다.
컴투스 측은 "SM은 글로벌 팬덤 기반의 높은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어 문화 콘텐츠를 비롯한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 새로운 사업 확대를 통한 성장 잠재력도 대단히 높다"라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향후 논의를 통해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해 각 사의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hsjung@ekn.kr